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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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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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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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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백하루째 날 읽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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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이후의 날들은
어떻게 하면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안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날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는 내 힘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래서 매일 아침 어느 책상 앞에 나가
나랑 별 상관도 없는 남의 일을 해주며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고
그래서 회사를 때려치웠고
그러고 나서 집에서 몇 바퀴 데굴거리다 결국 또 다시 취직을 했고
그러면 또 괴로웠고 그래서 또 때려치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그래서 다시 취직을 했고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그러던 와중에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동창찾기 사이트에 관한 얘기를 듣고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얼굴은
역시나 동호와 혜림이였다. (물론 순서상으로 동호가 먼저다.)
내가 그 번거로운 가입절차를 끝까지 마친 것은 순전히 동호가 궁금해서였다.
서교국민학교를 찾아 ‘김동호’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동호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음.... 실망~
그리고 며칠 후였다. 정말 딱 며칠 후, 한 나흘쯤 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사용하고 있던 하이텔 계정으로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발신 김동호.
01410의 새파란 화면 위에 하얀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 있던 그 이름.
동호가 아이러브스쿨에 가입한 후 내 이름을 검색해보고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메일에는 여러 문장이 적혀 있었으나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문장은 딱 한 줄이다.
“나 초등학교 때 너 좋아했었어.”
얌마~ 그 얘길 왜 이제 하니!!!
하긴, 어릴 때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맞다, 지금 얘기하는 게 맞지, 그래야 뭐가 되지~
당연하게도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신촌 홍익문고 1층에서.
대충 한 10년 만에 만난 동호는 키가 컸고 덩치가 컸고 얼굴도 컸고...
곱상하던 어릴 때의 느낌은 별로 남아있지 않았지만 돌쇠 스타일의 믿음직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자꾸 보다보니 떡대 좋은 류시원같기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아직’ 다니고 있고
- 아, 나는 서강대를 다녔는데 그렇다면 우린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잖아!
아직 대학생인 이유는, 고3때 전기대에 떨어진 후 후기 외대 불어과에 들어가 다녔는데
- 나도 후기 때 외대 불어과 시험 봤었는데... 내가 시험 잘봐서 붙었으면 만났겠군!
일년을 다닌 후 다시 재수를 해서 결과적으로 삼수를 한 셈이 되었고
그래서 아직 대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동호는 여전히 어른스러웠고, 여전히 차분했고, 보면볼수록 예전의 그 완벽한 모습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너 참 잘 컸구나.. 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엉뚱하게도, 이런 아들이 하나 있었음 좋겠다 싶은, 그런 모습이었다.
동호는 나와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그때, 이미 결혼날짜가 잡혀 있었고
예정대로 결혼을 했고
그리고 나서는 MBA를 하러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정혜림하고는 그렇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전화통화를 하게 됐다.
서울대학병원 소아과 레지던트라는 혜림이는 너무너무 바빠서
그당시 그토록 유행이었던 동창회에 나올 수 없었고, 그래서 전화 통화만 한번 했다.
동창 모임에서 아이들이 전해준 말로는,
고등학교 때에도 정혜림은 어찌나 악착같이 공부만 했던지
정혜림이 5초 이상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정혜림이 책상에 엎드리는 모습을 본 사람 또한 아무도 없는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으로 3년을 살았다고 한다.
나는 한번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혜림이랑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더라면, 나도 좀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내 능력을 조금 더 쥐어짜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을까...^^
아이러브스쿨 열풍이 일던 그해 여름,
역시나 아이러브스쿨 등등을 동원해 나의 연락처를 열심히 찾아헤매던
과거의 직장선배이자 당시의 Daum 팀장이 결국 나를 찾아냈고,
나는 직장을 옮기게 됐다.
Daum에서는 어찌나 일이 바쁘던지 회사 다니기 싫다는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바빴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1년쯤 지나니 좀 적응이 됐고
또 다시 어떻게 하면 회사를 때려치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주기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일로 바빠서 그 생각을 진척시킬 수가 없었고...
중국에 오기 직전까지 내내 그 모양이었다.
내가 그 모양이었다는 것은 오래전 하이텔의 게시판에,
하이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그리고 알렉스가 만들어준 이 홈의 게시판에 기록이 남아 있어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고 부인할래야 부인할 수도 없다.
나는 그래서 좀 멀리로 튀었다.
그 모양으로 사는 게 지긋지긋해서,
남의 일을 하는 그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싫어서,
한 마디로 놀고 싶어서.
간혹 부러움의 눈으로 혹은 간혹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던진 말은
그래서 당연하게도,
난 이제 앞으로 일주일에 열두 시간 일해~ 였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하는 게 다반사인 그 회사 사람들에게,
역시 그 회사 사람이었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다.
나 이제 놀아! 나 이제 내 시간 많아!
나는, 프로야구판의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잠시 정혜림을 통해 유치하게나마, 하기 싫은 일도 하고 할 수 없는 일도 해보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프로’라기보다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선수들 같은 야구선수였던 것 같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대학 졸업 후부터 줄곧 내가 원했던 것은 그것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떠나온 후 나는 일주일에 열두 시간의 수업에 나갔고,
다행히 이건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그래서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약 스무 시간 정도면 내가 맡은 일에 필요한 시간으로 충분했고,
남는 시간에 잠을 잤고 산책을 했고 멍청히 앉아 있었고
혹은 누군가를 만나 놀았다.
그렇게 100일쯤 된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나는 슬슬 불안해지고 있으며 헷갈리기 시작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달에 접어들면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요새는 중국이 팍팍 뜨고 있으니까 중국어를 2년동안 완벽하게 마스터해서 한국에 돌아가서 외대 통역대학원에 들어가 동시통역사가 되는 거야!
말이 그렇지, 2년 동안 중국어를 그 수준으로 하려면 정혜림이 고등학교 생활 하듯이 죽어라고 공부만 해도 될똥말똥임을 나는 알고 있다. Daum에서 일할 때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게다가 실은 이전에 나는 중국어는커녕 중국에도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고 말이다.
별로 잘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해볼 생각을 하다니.
그럼에도, 어쩐지 그런 거창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드는 것이다.
그것은 - 한국에 돌아간 다음엔 어쩔건데? 라는 생각에 그 끝이 닿아 있다.
뭔가 열심히 준비해서 미래에는 번듯하게... 라는
한국에서 오래오래 학습받은 그 정신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놀고 싶어서 여기에 왔는데,
그리고 2년간 마음껏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스스로 그 시간을 망쳐놓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삼미의 야구를 하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와서는
스스로 OB나 삼성스타일의 전지훈련 계획을 짜고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인생에서 2년간 이런 맘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만족하고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지내다가 돌아가는 것으로 이곳 생활의 목표를 삼을 것인지
그래서 혹은 다시는 그 바쁜 도시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까지 해보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다시 중원으로 나가기 위해 하루하루 칼을 가는 무사가 되는 것이 좋을지
정말 잘 모르겠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내가 기본적으로는 삼미 스타일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그놈의 ‘프로’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있음을
삼미의 야구를 하기 위해 떠나왔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OB가 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갖기 시작했음을
한꺼번에 깨달았다.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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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
내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가장 감동했던 건, 기준(표준)이 도대체 뭐냐는 되물음이었던 것 같아.
OB가 기준이 아니라 삼미가 기준이라면 세상은 좀 달라지지 않았겠냐는 작가의 물음이 머리를 강타하는 기분이었달까.
괜히 안되는 거 가랑이 찢어가며 쫓아가려 할 게 아니라, 나는 나만의 페이스로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작가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는 거지.
물론 난 여전히, 대충대충은 못 살고, 일을 손에서 놓고 있으면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 조바심 내고, 혜림이를 부러워만 하지, 혜림이처럼 저지르진 못하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세상,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지금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고, 또 2년후를 예측할 수조차 없겠지만, 그날그날을 충실하게 살다 보면, 2년 후엔 내가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믿어보면 어떨까, 혜림아?
내가 최근에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이미 죽음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 앞에 겸손하고 항상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거라더라. 죽음도 삶의 일부라구...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충실하게 살아야 되는 거라구...
어찌 보면 종교적인 얘기 같기도 하지만, 나는 많이 동감했어.
길은 어쩌면 아둥바둥 살 때보다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다 보면 저절로 열리는 거 아닐까?
나는 네가 중국에 있는 2년 동안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한다면 굳이 중국어 배울려고 아둥바둥 안 해도 뭔가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생각한단다, 친구야.
새로운 경험은 그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는 게 혜정이의 생각.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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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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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지지배~
맞는 말만 하구 말이지...^^< |
2003/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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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 |
그러나 말이지... 기본적으로 삼미 스타일인지, 삼미인지에 대한 구분은 해야 할 듯 싶어. 내 생각에는 혜림은 삼미 스타일을 지향하는 OB 같다고나 할까? 진짜 삼미인 사람이 들었을 때 췟~하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 |
2003/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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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음...
그 또한 맞는 말인 듯하여 할 말 없고...
그럼에도 어쨌든 난 이제 삼미 팬이고...
민조도 보고 싶고...
밥때는 됐는데 밥은 하기 싫고...
식당밥은 질렸고... |
2003/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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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자 |
삼미 팬이지만 삼미가 되라면?.........
삼미 스타일, 좋군요 ^^.
게으름과 마냥 놀아도 미덕이 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삼미를 지향하지도 스타일도 생각지 않을텐데.
놀고 놀고 또 놀고 지치면 쉬고 그리고 또 놀고.......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지내면 세상은 무슨 생각으로
사냐고 할테니, 눈치 보여 그러지도 못하지만,
그럴 여건도 아니란 게 히~~~~유 랍니다.
암튼 글 잘 읽었어요. 눈꼽만큼이겠지만 저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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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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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바다사자라는 아이디는 낯이 익어요.
그거 말고 제가 더 알고 있는데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라면 힌트를 더 주셔야 해요~ |
2004/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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