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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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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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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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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화] 후예가 해를 쏘다, 항아가 달로 도망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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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와 가무의 밑바닥에는 두 종류의 강렬한 정신이 자리하고 있는데
하나는 고대인들이 생산을 위해 분투하며 자연을 정복하고 생활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를 위해 악을 징벌하고 정의를 수호하려 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后羿射日후예사일(후예가 해를 쏘다)'과 '姮娥奔月항아분월(항아가 달로 도망가다)' 같은 유명한 신화는 이 두 가지 주제로 점철되어 있다.
후예와 항아는 하늘의 부부였다. 후예는 무술이 뛰어나고 활을 매우 잘 쏘았으며, 항아는 절세미인으로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부부는 천상에서 행복하게 살고있었다. 그런데 요(堯)임금 때 열 개의 태양이 동시에 나타나 대지가 온통 열기에 휩싸이고 사람들이 작렬하는 태양빛에 살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이에 후예는 아내를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인류를 고통에서 구하려 했다. 굶주림과 갈등이 극에 달한 인류의 재난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늘을 배반하는 것도 무릅쓰고 위세 당당한 열 개의 태양을 겨냥하여 활을 당겨 맹렬히 쏘아올렸다. 천부적인 신통력에다 뛰어난 궁술(弓術)을 지닌 그였기에 태양은 하나씩 명중되어 땅에 떨어졌다. 태양은 떨어져 금오(金烏; 까마귀)가 되었고 깃털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뒤 사람들은 태양을 '금오'라 불렀고 태양이 지는 것을 '금오서추(金烏西墜; 해가 서쪽으로 진다)'라고 했다. 열 개의 태양 중에서 아홉 개가 눈 깜빡할 사이에 떨어지고 하나가 남았다. 그는 활을 당겨 마지막 태양마저 쏘아버리려 하였다. 다행히 그때 요임금이 인간 세상에 태양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재빨리 그를 저지시켰다. 이로써 하나의 태양만 남게 되어 세상에 빛과 따뜻함을 안겨주게 되었다.
후예가 활을 쏘아 해를 떨어뜨린 기적이 지상의 사람들에게는 크게 환영할 일이었지만 천상에서는 반역행위였다. 그래서 후예는 하늘의 노여움을 사 다시는 천상에 오를 수 없게 되었고, 아내인 항아 역시 인간 세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천상의 신선에서 속세의 범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녀는 남편을 원망하고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었다.
집안이 편할 날이 없자 후예는 몹시 괴로워하다가 낙수(洛水)의 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이 신의 이름은 복비(宓妃)였으니 원래 물의 신인 하백(河伯)의 아내였다. 얼마 안 되어 그녀와 후예의 사랑은 하백에게 들통나버렸고 하백은 화가 나서 후예와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으로 하백은 후예가 쏜 화살에 맞아 한쪽 눈이 멀게 되었다. 복비는 자신의 잘못으로 화근을 불러일으키고 남편이 눈마저 잃게 되자 양심의 가책을 느껴 후예를 멀리하기로 결심했다.
하늘의 반역자이자 인간 세상의 영웅인 후예는 집안에서는 아내의 사랑을 잃고 또 밖에서는 복비에게 거절당하자 매일 사냥을 나가 함부로 동물들을 쏘아 죽였다. 성격이 갈수록 포악해진 후예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신의 신분을 잃어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곤륜산(昆崙山)에 있는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로장생약을 구해왔다. 그러나 항아는 잃어버린 자신의 신분을 되찾기에 급급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남편이 불로장생약을 먹은 뒤 오랫동안 살인을 저지를까 두려워서였는지 몰래 그 영약을 먹어버렸다. 후예가 약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항아를 추궁했지만 그녀는 이미 신통력을 회복하여 가볍게 몸을 날려 달로 도망가버렸다.
후예는 분노하여 재빨리 활을 들고 쫓아가 달도 해처럼 쏘아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항아는 영특한 여자였다. 새하얀 옷의 긴 소매로 구름을 만들어 달빛을 가리니, 후예는 조준을 할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달빛 주위엔 항상 옅은 구름이 끼게 되었는데, 수시로 후예의 시선을 가릴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후예는 불로장생약도 잃고 항아마저 잃게 되자 절망에 빠졌다. 본래 포악했던 성격이 더욱 심해져, 미친듯이 날뛰며 백성을 학대하는 일을 유일한 쾌락으로 여겼다.
한편 후예를 따라다니며 궁술을 배우던 방몽이라는 제자가 있었는데, 방몽은 스승의 기예를 거의 다 전수받아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늘 자신만만하였다. 그러나 스승의 궁술이 한 수 위인 것을 질투한 방몽은 후예가 지나치게 잔혹하고 포악하다는 핑계를 들어 후예가 사냥을 나간 틈을 타 뒤에서 몰래 활을 쏘아 스승의 심장을 관통시켰다.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던 위대한 영웅은 가엾게도 자기 제자의 손에 비참히 죽게 된 것이다.
--- <이야기 중국문학사> 지세화 편저, 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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