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려낸 하이텔 ID 덕분에 찾아낸... 자그마치 1997년에 쓴 공연감상문.
1997년... 대학을 졸업한 그 해, 어느 중앙일간지의 가요담당기자와 가끔 데이트를 했고, 그래서 이 공연을 보러 갔었다.
그때 윤도현은 언더, 정말로 언더그라운드였는데...
순수하고 힘차고 아름다웠던 그 공연이 그립다.
공짜로 볼 수 없었다면 가지도 않았을 공연.
아무 기대도 없이 공연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라이브 극장의 좁은 좌석을 탓하고
있었다. 억수같이 비가 오는 평일날, 매진이 되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자 나는 박수조차 호들갑스레 칠 수 없었고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고, 잠시나마 무대에서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아무 기교없이 곧은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그렇게 아무 구속없이 몸으로 박자를 타는 것을,
그렇게 맑고 깨끗한 얼굴을
이전에는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낯선 매혹의 경험.
윤도현 밴드의 공연을 보기 전까지
나는 외국 그룹의 공연장에서 기절하는 소녀들이 그 가수를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줄로 알았었다.
하지만 직접 그 패닉상태를 경험하고 나니 그것이 음악의 힘임을 알았다.
윤도현 밴드가 편곡해 부른 <아니 벌써>의 절정이 10초만 더 길었어도
나는 기절했을 것 같다.
숨을 쉴 수조차 없는 그 엑스터시....
그를 이제서야 만난 것이 안타깝고
이제라도 만나서 정말 기뻤던, 그런 공연이었다.
1997/07/0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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