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쓴사람 :	박혜림
	쓴내용 :	이탈리아로 가는 길

절반도 채우지 않은 헐렁한 배낭이 왜 이렇게 무거운 것일까?
그 알 수 없는 중량감을 들쳐메고 나는 떠난다.

무엇을 떠나서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일까?
실은 아주 구체적이었던 그것이
비행기에 올라 창밖의 구름만 열댓 시간 내내 바라보는 동안에
떠나고 싶은 그것도 도달하고 싶은 그곳도
모두 다 구름처럼 모양과 색깔을 바꾸며 뭉개져버린다.

마지막까지 핸드폰을 손에 쥐고
문자메시지를 찍어보내고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나누었던 사람들에게
나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러니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를 찾아와 주세요."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서진하는 이 비행엔 밤이 없다.
나의 시계는 22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태양을 따라가는 이 비행기의 창밖엔
언제나 하얀 구름과 시린 햇빛 그 둘이 함께 있다.

▷▶보고싶은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암스테르담 스키풀공항에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두 사람

서울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새벽 3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암스테르담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수 있었다.
저녁 8시가 지난 이곳은 이제서야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하늘이 캄캄해진 후 곧 베네치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에야
이대로 태양을 따라가는 비행만 일주일 내내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고
지난 몇 년의 시간을 한꺼번에 보충하고 싶었던 8월 한 달 내내 엉뚱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결국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중에 붕 뜬 나의 시간과 마음을 낯선 땅에 풀어놓고 두 발로 꾹꾹 밟으며 돌아다닐 수 있을까?

현지 시간으로 밤 10시 무렵 어두운 베네치아에 도착하자 암담하고 외롭다.
공항인데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고, 버스는 이미 끊겼고, 택시 부쓰는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었는데, 호텔에나 제대로 도착할 수 있을지.

   호텔 주변은 마치 서울 변두리의 작은 도시,
   안양이나 성남같이 작고 조용하다.
   약 24시간 동안 거의 자지 못했는데도
   두어 시간 간격으로 눈이 떠졌고
   그러면 그때마다 흐리거나 번개가 치거나
   비가 내리는 베네치아의 밤하늘이 보였다.

▷▶베네치아의 TRITONE호텔에서는
     혼자서 트윈룸을 썼다.
     그래서 더 허전했나보다.

아직도 서울의 시간을 지키고 있는 시계가 아침 7시 무렵을 가리킬 때
참지 못하고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이탈리아 번호 172-1082, 국제전화선불카드의 코드번호 2번 - 그러나
호텔 전화는 국제전화를 계속해서 거부한다.
모양만 버튼식일 뿐 유럽의 거의 모든 전화는 기계식이기 때문이란다.
"센"이라면 지금쯤 아침 운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서울을 떠날 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메시지를 남긴 후
녹음내용 확인 버튼을 눌렀을 때 쏟아지던 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것은 떠나는 사람의 들뜬 목소리였다.

배가 고프고, 어두운 방에서 전화선을 타고 주고받는 목소리가 고프다.
역시나, 나는 여행자라기보다 도망자의 심정인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기쿠지로의 여름>이 이탈리아어로 더빙되어 방영되고 있다.
내일이 되면 베니스영화제를 보러 리도섬으로 가야지.
그리고 만일 기타노 다케시를 만나게 되면 그것이 운명임을 인정하고 그를 따라가야지.
기타노를 만날 생각을 하자 조금쯤 기분이 좋아졌던가..?


늦바람	돈과 체력, 떠나고 싶다는 갈망...등이, 내가 여행길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거기 품목에 하나 추가해야겠군요....역시나, 디카!... 첨 비행기 탔을 때 하늘 풍경이 너무 근사했는데 그 이후로는 보질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혜림씨가 그걸 다시 보여주었네요..감사^^;	2002/09/14	x



14	[괌] colorful PIC [22]	박혜림	2003/02/09	791

13	[괌] PIC에서 보낸 시간 2 [21]	박혜림	2003/02/09	895

12	[괌] PIC에서 보낸 시간 [21]	박혜림	2003/02/09	876

11	[이탈리아] 로마 ③ - 바티칸 [26]	박혜림	2002/10/03	894

10	[이탈리아] 로마 ② - 판테온, 콜로세움 그리고 소매치기 [26]	박혜림	2002/10/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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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탈리아] 피사 [20]	박혜림	2002/09/25	504

7	[이탈리아] 피렌체 ② - 베키오 다리, 우피치 미술관 [32]	박혜림	2002/09/22	7013

6	[이탈리아] 피렌체 ① [24]	박혜림	2002/09/22	1093

5	[이탈리아] 베네치아 ③ - 곤돌라 [643]	박혜림	2002/09/22	1416

4	[이탈리아] 베네치아 ② - 베니스 영화제 [21]	박혜림	2002/09/22	694

3	[이탈리아] 베네치아 ① - 산 마르코 광장 [21]	박혜림	2002/09/15	1414

	이탈리아로 가는 길 [22]	박혜림	2002/09/13	655

1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자연음식 전문점 산당山堂 [1623]	박혜림	2002/06/22	4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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