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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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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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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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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① - 벼룩시장, 스페인광장, 트레비 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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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에서 기차를 타고 정말 긴 시간을 달려
로마 떼르미니Termini역에 도착.
어둡다. 그리고 로마는 아주 커보인다.
그래서 갑자기 우울해졌다.
밤에 도착하는 여행은 정말이지 팍팍하다.
로마는 윙크한다, 그리고 거짓말한다
혼자 가려다가 갑작스레 상진옹이 합류하면서 여행사에서는 무척 허둥댔다.
성수기에 싱글룸 두 개를 잡아주기가 조금 어려웠던 모양. 게다가 상진옹과의 관계를 착각하고 모두 다 더블 내지는 트윈으로 예약했다가 출발 이틀 전에야 싱글 두 개로 달라는 요구에 두 배로 허둥댔고 말이다.
그래도 다른 도시들은 모두 별 문제 없이 방을 잡았는데 로마에서만은 호텔 수준이 아주 낮아져버리고 말았다.
찾아가야 할 호텔은 Liberty.
떼르미니역에서 5분 거리라지만 대로변에 떡허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헤매다녀야 했다.
나의 여행파트너 상진옹은 도대체 사람들에게 물어볼 생각을 안 하는 사람. 자신의 더듬이를 바짝 세우고 본능을 앞세워 무작정 헤매는 타입이다.
참다못한 내가 길을 물으러 늦게까지 영업중인 Pizzeria로 들어가니 브루스 윌리스를 닮은 느끼한 웨이터가 찡긋 윙크한다. 그에게 Liberty호텔의 위치를 묻자 "Very easy!"라는 말과 함께 아주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으며 가장 가까운 호텔 간판을 가리킨다. 하지만 곧 백발의 다른 웨이터가 그의 어깨를 장난스레 때린다. 브루스 윌리스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백발 할아버지 웨이터에게 다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Liberty를 찾아 떠났다. 할아버지 역시 스킨쉽과 윙크를 잊지 않는다.
저 노인네의 말은 거짓말이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우회전, 좌회전을 거듭하니 Liberty 호텔이 나타난다. 여태까지 묵었던 호텔 중 최악이다. 방 안에 시계조차 없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서울 시간을 고수했던 시계를 현지 시간으로 고쳐맞추어야 했다.
피곤하고 외롭고 슬프다. 그리고 벌써부터 로마가 싫다.
나쁜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웠다.
자고 일어나면 서울 내 방 내 침대였음 좋겠다.
Zzzz
아침이 되자 기분은 그럭저럭 좋아졌다.
밝은 날 밝은 기분으로 다시 봐도 호텔은 무지하게 오래돼 보인다. 엘리베이터가 특히 그렇다. 두 명만 타도 만원인 느낌의, 마치 천장에서 누군가 도르래로 올려주고 내려주는 듯한, 영화에서 많이 본 작고 낡은 엘리베이터.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 식당은 마치 오래된 수도원의 아침 풍경같다.
뭐, 다 좋다. 낡았지만 깔끔하고 낡았기에 분위기 있다.
떼르미니역 앞에서 Metro-Bus Ticket을 샀다. 3.1유로. 이 티켓 하나면 버스든 지하철이든 하루 동안 프리패스다. (지하철은 그렇지 않지만 이탈리아의 버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이탈리아 가실 분 참조하시길~)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니 일요일에만 열린다는 포르타 포르테세 벼룩시장Mercato di Porta Portese을 첫번째 목적지로 삼았다.
어제 피사에서 만난 한국 여인도 벼룩시장을 추천했고, 여행책자에도 이렇게 써있었다.
일요일의 쇼핑은 이곳에서!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대규모 시장. 전체 1km가 넘는 도로 양쪽에는 의류, 구두, 부엌용품, 완구 등이 산처럼 쌓여 있으며 활기에 넘친다. 골동품 상점도 많다.
 
▷▶저기가 벼룩시장...일까? 그렇네~ 저기가 입구네~
로마에서 명소를 찾아가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의 관광지끼리 덩어리져 몰려 있고, 버스를 타고 갈 땐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루루 내리기 때문이다.
벼룩시장도 마찬가지. 일단 버스를 제대로 타니 사람들이 내릴 때 따라내렸더니 거기가 바로 거기더라는~
 
 
▷▶사람 많고, 물건도 많은데... 그런데 실망이야!! 동대문 남대문을 휘젓고 다니던 서울 사람 눈에는 남원 장터만도 못하더라는 말씀.
상진옹은 희한한 모자가 어울리는구려~ 파니니도 생각보다 맛없었다.. 쩝~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광장 Pizza di Spagna으로.
 
▷▶얼핏 보인 스페인광장.. 저게 다야? 설마~ 애개, 이게 다네~.
광장 중앙의 바르카차(낡은 배) 분수 앞에서 허탈하게 사진이나 한장..
<로마의 휴일> 때문에 유명해진 이곳은 실제로 보니 <로마의 휴일>이 아니었으면 평생 유명해질 일이 없었을 것 같은 정말 보잘것 없는 곳.
사람 반 비둘기 반 죽치고 앉아 있는 계단은 이냐시오관 앞의 계단만도 못하다. 깎아지른 경사와 높은 고도의 이냐시오 계단은 전망이라도 좋지...
그러나 계단 위 성당에 올라가자 마음이 바뀐다.
뜻밖의 장소, 뜻밖의 상황에서 모처럼 하나님께 고개 숙인 자의 안도감이랄까.
이름도 알 수 없는 그 성당에 나는 꽤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기도를 적어넣으면 수녀님이 함께 기원해준다는
기도함이 있길래 한글로 대략 이렇게 적었다.
"건강하여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하시고
사랑하여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게 하시고
가정이 평안하여 안도하게 하시고
사랑으로 기쁨을 얻게 하시고
일함으로써 만족하게 하소서.
그리고...."
스페인광장을 떠나며 성당 앞에서 시내를 한번 내려다본 후 마무리는 아이스크림으로...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는 스페인광장에서 걸어갈 수 있을만큼 가깝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빈다는 이야기는 떠나기 전부터 들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의 동전과 소원을 접수받았고 그래서인지 로마에서 가장 기대되는 장소.
터프한 포세이돈과 트리톤 등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건조한 로마에서 처음으로 만난 물가라서 더 반갑고 시원했다.
자, 동전 하나 던지고... 이 남자, 앞으로 2년간 5명의 여자를 만나게 해주세요.
또 동전 하나 던지고... 이 여자, 불꽃같은 사랑을 하다가 35세 되는 해에 헤어지게 해주세요.
또 동전 하나 던지고... 이 여자, 돈 많이 벌어서 결혼하게 해주세요.
또 동전 하나 던지고... 훌륭한 만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사업 번창하게 해주세요, 영화랑 애니랑 성공하게 해주세요.... 해주세요... 해주세요....
지난 여름 센과 함께 자정 가까운 시간에 남산 타워에 올랐을 때 반짝이는 서울 야경 위에서 센이 나에게 소원을 빌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빌었던 소원과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며 빈 소원은 불과 한달 사이에 아주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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