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시내의 모습은 곤돌라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여행안내책자의 소개가 아니더라도 일단 베네치아 땅에 발을 딛고 서는 순간
물과 물 사이의 좁은 땅을 걷는 자에게 가장 큰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곤돌라다.
이것이 바로 곤돌라를 타기 위한 정류장 같은 곳.
보통 5~6명이 한대의 곤돌라를 같이 타는데 인원이 몇 명이든 곤돌라를 타는 가격은 100유로나 되므로 되도록이면 관광객들끼리 정원을 가득 채워서 타게 마련.
하지만 우리는 2명 뿐이었고 경비 절약을 위해 모르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은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흥정을 통해 80유로로 결정.
이곳 정류장에서 출발해 시내를 구석구석 돌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다.
여행을 가야지, 생각하던 무렵 씨네21에 실린 <네 멋대로 해라> 특집기사의 박성수PD 인터뷰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지난 2월에 베니스에 다녀왔는데 그 말로만 듣던 수상도시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여기도 못 보고 죽는 사람들은 참 불행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 PD는 드라마 여기저기에 베네치아를 밀어넣었다. 베네치아에서 가져온 스탠드, 극중 사진작가가 베네치아에서 찍어온 슬라이드 필름...
나는 곤돌라를 타고 베네치아를 흘러다니면서 아름다움을 "보았다"라기보다는 "경험했다"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고즈넉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간 속에서 <노스탤지어>에 나오는 대사를 생각했다.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이 아름다움 속에서 당신을 무척 그리워했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알려줄 수 있을까...
▷▶ 밑에서 세번째 사진이 유명한 <탄식의 다리>. 이 다리를 지날 때 곤돌라를 모는 아저씨가 '저것이 탄식의 다리다'라고 "이탈리아 말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론 그 말 뜻은 나중에 여행책자를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다)
두칼레궁과 그 뒤에 있는 감옥 사이에 걸려 있는 다리로 궁전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죄인은 이 다리를 건너 감옥으로 이송된다. 카사노바가 탈출에 성공한 이야기로도 유명하다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
우리는 그냥 평범한 곤돌라를 탔지만 돈을 더 내면 아코디언 연주자를 태울 수도 있고 또 돈을 더 내면 가수를 태울 수도 있다.
다리 위에서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가수를 태운 곤돌라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돌아오라 소렌토>였다!
다시 베네치아에 가게 된다면 곤돌라를 두번 세번이라도 다시 타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미지가 곤돌라를 타는 시간 속에 다 들어 있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