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호기심을 갖고 있던 작가라 서울에 오자마자 찾아 읽었는데 실망이 크다.
그의 대표작은 <적의 화장법>이라고 하니, 하필이면 <두려움과 떨림>을 골라든 나의 선택을 반성하고 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걸까.
왠지 모르게 섬세하고 아름답고 위태로운 내용이어야 할 것만 같은 제목이지만, 바로 그때문에 나는 이 책을 집어들은 것이지만, 엉뚱하게도 작가 자신이 (그러니까 '아멜리'라는 벨기에 여성이!) 서양인으로서 일본 회사에 1년간 근무하면서 경험한 그 희안한 일본 조직 문화에 대해, 정말 희안하지 않니? 라고 말하고 있는, 그러므로 필시 희안한 경험만을 추출하여 정제한 엑기스다, 이 소설은, 그러므로 소설이라고 말하기 곤란하지 않은가 말이다.
무엇보다도 비위가 거슬린 것은, 나는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 어쩌구 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라는 그 영화도 나는 그런 면으로는 눈꼽만큼도 거슬리지 않았다, 이런 내가 무엇보다도 비위가 거슬린 것은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없는 소설이, 고장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상대를 종종 꼴아보며 초강력 스피커에 대고 험담을 늘어놓는 시끄러운 언어폭행으로 느껴지더라는 것.
그러니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 정도가 아니라,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의 인간됨이 의심스러운 것이고, 그러니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집어들 가능성은 무지하게 낮아져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번역도 무척 거슬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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