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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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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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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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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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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20일.
저녁을 먹으러 회사를 나서는데 잡지사에 다니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시사회를 보게 해준다는 것.
이게 웬떡이냐 싶어서 덥석 물긴 물었는데... 내일 아침까지 감상문을 써내란다.
물긴 쉬워도 놓긴 아쉬워서 일단 그러마 하고 영화를 즐겼으나 극장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런 종류의 '좌충우돌 요란법석 대소동기'류의 영화와는 궁합이 잘 안 맞기 때문이다.
숙제 해낼 생각에 심란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이혜영이 담배를 너무 맛있게 피워대길래 나도 한대 빨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극장 옆 커피숍에 들어갔다.
시간도 늦고 해서 얼른 커피 한잔 담배 두어 대를 해치우고 나가려 했으나 이게 웬일, 커피숍 내 옆 테이블에 류승완 감독과 이동진 기자가 마주앉아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엿들어주다가 지하철 막차 시간에 맞추어 그들과 작별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아래는 숙제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쓴 [피도 눈물도 없이] 감상문.
최근의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독특한 필모그라피를 보유한 감독 류승완의 첫 장편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완성됐다.
고학력 해외 유학파들도 박터진다는,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에 속할 영화감독의 세계에 야간고등학교 출신으로 입성하여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고군분투 끝에 완성한 4개의 단편 옴니버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활극의 영웅처럼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하더니, 인터넷 매체로 자리를 옮겨 한껏 즐기면서 만든 <다찌마와리>로 유례없는 인터넷영화 붐을 일으키며 주목을 끌었고, 이제 드디어 수십억원대의 제작비와 최고의 스타 캐스팅 위에서 장편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대하시라, 개봉~박두!다.
액션영화 속의 여성 투 톱
*선글래스 전도연
눈밑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항상 선글래스를 끼고 다니는 여자.
같이 사는 투견장 건달(정재영)에게 맞고 살면서도
언젠가 음반을 내고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죽잠바 이혜영
화려한 전과, 남자 못지 않은 쌈꾼.
이젠 손도 씻었고 도망간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택시운전을 하지만
취객과 사채업자의 등쌀에 사는 게 고단하기만 하다.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만난 선글래스와 가죽잠바가 음모를 꾸민다.
투견장 판돈 빼돌리기 대작전!
하지만 그 바닥이 어떤 바닥인가. 곳곳에서 제2, 제3의 음모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돈가방을 둘러싼 좌충우돌 쟁탈전이 쏟아지듯 펼쳐진다.
대단한 영화광으로 알려진 류승완감독은 자신이 성룡과 이소룡, 슬랩스틱 코미디와 액션영화의 열렬한 팬임을 누차 밝혀왔지만 투견장의 돈가방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과 추적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보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차라리 쿠엔틴 타란티노나 가이 리치의 영화들이다.
밑바닥 인생들의 돈 가로채기 범죄, 속고 속이기, 때리고 맞기, 지독하게 잔인한 피범벅의 화면, 병풍처럼 폭넓게 펼쳐놓은 다양한 패거리의 인간 군상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영화 모티프들을 체화해온 서른 살의 영화 매니아 류승완은 한국땅에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깡패와 짭새와 양아치들 속에서 살아왔고 밑바닥 삶의 ‘피도 눈물도 없는’ 생존경쟁 또한 뼛속 깊이 새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마디로 내공이 다른 것이다.
개싸움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 비정한 현실 인식이 평범하지 않은 감독 자신의 이력과 포개져 관객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허술하고 피곤한 인간이지만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받는 그들의 삶을 이어주고 생존을 해결해주는 것은 오로지 폭력뿐이며, 거친 척 센 척하지 않으면 공격당하고 만다고, 그래서 이 영화는 피도 눈물도 끼어들 틈이 없고 이처럼 많은 욕설과 주먹이 난무한다고 토로하는 음성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유례없는 여성 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여성 액션이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주먹 한방의 호방한 멋이 아니라 물고 뜯고 늘어지는 악다구니다. 카리스마와 고단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이혜영의 표정, 깡다구 있어 보이지만 그런데도 왠지 불안한 전도연 특유의 대책없는 애교녀 캐릭터가 이 영화에 그간의 허랑방탕한 남성 액션 영화를 뛰어넘는 진정성을 불어넣고 있다.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재기발랄함 하며, 느닷없는 정지 화면과 슬로우 모션으로 튀어나가는 장면장면, 잔인하고 비장한 장면을 비집고 나오는 느닷없는 유머 등은 실력있는 영화광으로서의 재능을 맘껏 과시한다.
<알고 보면 재미가 두 배>
1. 액션 감독의 액션 연기
웬만한 한국영화의 무술감독은 모두 한 사람. 정.두.홍.
무술 잘하겠다 몸 좋겠다 얼굴 잘생겼겠다. 그가 진작에 비중있는 배역을 맡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 540도 공중회전 등 화려한 액션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2. 왕년의 액션 배우
TV 드라마 속 순박한 아버지 백일섭은 젊은 시절 충무로의 단골 액션배우.
그가 다시 영화 속 마초로 돌아왔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수첩”을 뒤지며 어린 시절의 그를 사로잡았던 왕년의 액션배우들을 수소문했으나 “사망” “노환” 등의 대답을 듣기가 일쑤였다고. 백일섭, 이영후, 김영인, 백찬기 등 아직도 건재한 왕년의 마초들이 이 영화에 불어넣는 활력은 대단히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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