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유키사다 이사오
각본 : 유키사다 이사오
촬영 : 야나기지마 카츠히
제작사 : 스타맥스 / 도에이
출연:
쿠보즈카 요스케 --- 스기하라(이정호)
시바사키 코우 --- 사쿠라이
오다케 시노부 --- 스기하라의 어머니(미치코)
야마자키 츠토모 --- 스기하라의 아버지(수길)
명계남 --- 대사관 직원
볼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개봉관에서 사라져버린 영화.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겠다 싶어 부리나케 쫓아가 결국 봐버린 영화.
보고 나니 놓쳤으면 후회했겠다 싶은 영화.
GO.
이 재밌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심지어 화제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아마도 "재일교포 문제를 다룬 영화"라는 <낙인> 때문일 것이다. 정말로 <낙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외면하고 싶고 못 본 척하고 싶은 주제 아닌가 - 재일교포라니!
어쩌면 내가 이 영화를 편안하고 안락한 메가박스에서 보지 못한 것도 피곤한 직장인이 어렵게 저녁 시간을 내서 기껏 극장으로 탈출하고서는 재일교포 문제와 대면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부담을 지고싶지 않아서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잘생긴 주인공 스기하라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이것은 나의 연애이야기다"라고 짚어주는 것을 보면 작가 역시 이 무거운 주제가 관객들을 짖누를까 봐 걱정스러웠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연애처럼 가볍고 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재일교포라는 특수한 상황의 인물을 설정하고 보면 결국 그것이 개인의(그것도 껄렁한 고삐리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국가와 민족과 인간과 자아..라는 거창한 짐에 내리눌리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껄렁한 고삐리의 연애담으로 이 영화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전략은 성공적인 것 같다.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심지어 유쾌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며, 그런 와중에 마음속에 들어앉은 거창한 주제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약발'을 오래 지속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다.
(+) "난 나야"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이해했다. 온갖 CF에서 남발된 이 선언이 얼마나 고독하고 무거운 절규인지.
(+) 고수의 얼굴과 원빈의 분위기를 가진 주연배우 구보즈카 요스케의 매력이 빛난다.
(+) 더 멋진 놈이 되고자 하는 사내아이들의 열망이 한심해보이지 않고 숭고해 보이더라는 것도 이 영화가 이루어낸 성과.
정말이지 우리는 더 멋진 놈이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
(+) 영화를 보고 나니 소설을 먼저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역시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안 하고 넘어가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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