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토요일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 산책을 가려고
학교 정문쪽으로 향하다가 뜻밖의 인파에 깜짝 놀랐다.
토요일이라 수업이 없는 날인데 도서관 앞이 바글바글했다.
평상시의 해양대 모습이 이러하다면
이 날은 이랬던 것이다.
알고 보니 이 날은 신입생등록일이었다.
개강은 8월28일이었지만 신입생들은 9월6일 토요일에 전국 각지에서 짐싸들고 학교로 찾아왔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중국해양대학은 중국의 중점대학 중 하나다.
중점대학이란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학교로 명문대학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대학 중에는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그 대학이 속한 성省에서만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있는데
해양대는 전국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통학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에서 왔고
(청도 부근의 가까운 도시에서 왔다고 해도 ‘서울-대구, 서울-부산’ 정도의 먼 거리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중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하나.
한 다리 건너 들은 이야기인데 자기가 다니는 대학에서 고향집까지 보름이 걸리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물론 비행기를 타면 시간이 좀더 단축되겠지만 작은 도시에서 온 가난한 학생들에게 비행기삯은 너무 부담스럽다.
기차 타고 한 열흘, 기차에서 내려 버스 타고 또 며칠, 그런 다음엔 낙타인지 말인지를 타고 한참을 가야 집에 돌아갈 수 있고
그러면 보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한달 남짓인데 가는 데 보름 오는 데 보름.
그래서 방학이라고 집에 쉽게 갈 수도 없단다.
여기서 진짜 궁금해지는 것은 그 먼 곳에서 대학 정보를 어떻게 얻어서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시험을 봤을까 하는 거다.
하여튼, 중국은 무지 크다.)
이날 신입생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 온 듯했다.
가족들은 이제 그들로부터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시작할 자녀들의 짐을 챙겨들고 있었다.
>>왼쪽: 신입생의 가족인 듯한, 캐리어를 비롯해 짐을 챙겨들고 온 아저씨
>>오른쪽: 사진으로 다 찍을 수 없을 만큼 긴 줄이 늘어서 있던 거리.
그 줄의 시작은 저렴한 가격에 장거리 전화를 걸 수 있는 IP전화방이었다.
지방에서 온, 핸드폰이 없는 신입생 가족들이 전화를 걸기 위해 50미터 이상의 줄을 만들며 늘어서 있었다.
신입생 환영 현수막 - 왼쪽은 경제학과, 오른쪽은 독서구락부
신입생들은 이날 등록을 마친 후 2주 동안 군사훈련이라는 것을 받는다.
그러니까 기존의 학생들보다 개강이 한달 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군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중국은 중국이구나 싶다.
내가 가르치는 4학년 학생들한테 너희도 신입생 때 군사훈련을 받았느냐,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자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힘든 건 둘째치고 피부가 까맣게 타요’라고 대답한다.
9월8일 월요일부터 군사훈련을 시작했으니 이번주 말이면 이들도 군복을 벗고
그 다음주부터는 강의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얼굴은 까맣게 탔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