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에서 남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바다에 길이 막힌다. 그러면 서쪽 혹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걸어야 한다. 어느쪽을 택하든 바닷가길로 걸을 수 있다. 우선 서쪽부터 밟아나가기로 했다. 서쪽으로는 시정부市政府 부근의 5.4광장五四广场까지 발자국을 찍었다. 더 서진하면 구시가지쪽 바다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잔교栈桥, 제1해수욕장第一海水浴场, 노신공원鲁迅公园 등등. 언젠가 거기까지 가볼 날이 있겠지.
만약 동쪽 코스를 택한다면 조각공원과 석노인해수욕장石老人海水浴场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방향을 틀고 싶어지면 동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서쪽 길을 택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운동삼아 걷기로 했다. 몸무게가 늘지는 않았는데 기름진 중국음식과 청도맥주 때문에 배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빠른 걸음으로 30분쯤 걸어가면 조금씩 지치기 시작하는데 그때 때마침 가만히 앉아 바라보기 좋은 바다가 나타난다. 다른 곳과 달리 잔디가 깔려 있고 벤치도 있다.
무슨 공원이니 무슨 해수욕장이니 하는 이름은 없는 것 같다. 이름이 없어서 더 맘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바다다.
여기서는 모두들 바다를 보고 있다.
조각상도, 부부도, 연인도, 동네 아저씨도, 아기를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도.
바다란, 이렇게 바라보는 것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