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쓴사람 :
|
박혜림 |
|
|
쓴내용 :
|
신해철의 새 앨범, 혹은 Crom의 첫 앨범 ;[Crom's Techno Works]를 들으며 |
|
|
|
|
|
오래 전, 신해철에게 바쳤던 예찬. 하이텔 시네마천국에서 퍼옴.
--------------------------------------------------------
등록자 : 박혜림(수페) 조회수 : 214
등록일 : 1998-05-31 02:59:56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5593 bytes
신해철의 새 앨범, 혹은 Crom의 첫 앨범 ;
[Crom's Techno Works]를 들으며
☆ 사랑 고백, 혹은 선언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내가 신해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음악인 신해철을 사랑한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자연인 신해철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자연인 신해철을
사랑함으로써 나는 그의 음악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자연인 신해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것은 그의 세계관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다만 신해철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동의하고, 그의
저음低音에 깊이 매료되어 있으며, 그 아련한 감수성에 공감하고, 찌르는
듯한 문재文才를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 모든 것의 결과물인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그러니, 그의 음악을 듣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좋다'를 벗어나지 못
한다. 참 좋다, 너무 좋다, 이러저러 해서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 그를 위한 변명
그는 항상 잘난 척을 한다. 기고 만장하며 시건방지고 강한 척을 해댄다.
하지만 그가 삶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 꿈의 방향으로 전진하는
그의 고독이 얼마나 깊은지를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CROM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명명命名한 그는 '강철 심장'을 상징하는
로고를 내세웠다. logo design concept : crom's steel heart. (- 그렇게
작게 써 놓으면 못 볼 줄 알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옛 앨범의 노래들만을 테크노로 편곡한 CD-01;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무릎이 덜덜 떨릴 정도로 사는 게 무섭다'고 고백하고는
강철 심장이라니...
하지만 그 두려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는 그는, 무릎을 덜덜 떨면서도
한 발 한 발 가는 그는, 늦은 밤 자신을 독려하는 편지를 써서 머리맡에
놓아 두면서까지 두려움을 달래는 그는 얼마나 강한지...
두려운 길이라면 아예 가지 않는 사람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강한 사람에게는 '강철 심장'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가 고스란히 보여주는 두려움과 고독,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은 나 같은 약자에게 힘을 준다. 그가 음악인이면서도 종교집단의
교주 연然할 수 있는 것은, 나처럼 그의 음악을 통해 세상 사는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얻는 자가 많은 까닭일 것이다.
☆ 앨범 얘기
-CROM'S THCHNO WORKS - CD-01
1, 1999 ;from album "Don't Waste Wastes"(92)
2. 50 Years After- 50년 후의 내 모습 ;from album "Myself"(91)
3. Moon Madness (Aphrodiziac Ver.)- 月狂 ;from album "Nodance"(96)
4. Jazz Cafe ;from album "Myself"(91)
5. Tonite- 후회란 말은 내게 없는 것 ;from film score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93)
6. Letter to myself- 나에게 쓰는 편지 ;from album "Myself"(91)
7. Moon Madness (Bedtime Ver.)- 月狂 ;from album "Nodance"(96)
8. Shy Boy- 설레이는 소년처럼 ;from film score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93)
9. Good bye- 안녕 ;from album "Shin Haechul 1"(90)
CD-01에서 그가 테크노 편곡의 대상으로 선정한 곡들의 리스트를 보며 나는
어떤 공통점을 찾아 본다.
다 무른 노래들이다. 단단하지 않고 무른 노래. 거의 다 자기 고백의 노래들.
그의 장기인 '공격과 독설'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곡들.
찌르면 손가락이 푹 들어갈 이 무른 노래들에 그는 테크노를 입혀 놓았다.
또 한번 강한 척 해보는 것일까. 촉촉하고 빨간 심장에 갑옷을 입혀 놓고는
강철 심장이라고 선언한 것처럼...
CD-01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튜디오에서 혼자 '실험'해 보고 말았어야
할 것을 앨범으로 내 놓은 것 같아서 불만이다. 이 땅에 테크노를 처음 소개하
는 것도 아니면서, 테크노가 아니면 표현되지 않을 음상이 떠오른 것도 아니면
서 (-테크노가 아니면 표현되지 않을 음상이었다면 기존 곡의 편곡이 아닌 새
노래가 나왔을 것 같다)... 그의 욕심이 이 앨범을 더블 앨범으로 부풀린 것
같다.
하지만 멋진 저음의 속삭임을 실컷 들을 수 있는 곡들이 많아서 -특히 <1999>-
좋다. 그리고 <나에게 쓰는 편지>는 훌륭하다. 여전히, 게다가 훨씬 더 좋다.
-CROM'S THCHNO WORKS - CD-02
1. It's alright
2. 일상으로의 초대 (Radio Mix)
3. 일상으로의 초대 (More Beat Mix)
4. 일상으로의 초대 (Extended Mix)
5. 매미의 꿈
part 1 나의 시간은 언제쯤 오는가
part 2 A long cold winter's sleep
part 3 The virgin flight
part 4 매미의 꿈
part 5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가벼운 성의
6. 매미의 꿈 (Crom's flat Mix)
part 1 나의 시간은 언제쯤 오는가
part 2 A long cold winter's sleep
part 3 The virgin flight
part 4 매미의 꿈
part 5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가벼운 성의
CD-02는 다 신곡이다.
나를 놀래킨 것은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밀도 높은 맑은 소리 하나하나를
꽁꽁 뭉쳐 놓았다가 사이버 공간에 띄워 하나씩 톡톡 터뜨리면 이런 소리가
나려나... 맑고, 인공적으로 깨끗하며 낯선 공간에서 느릿느릿 부유浮游하는
전자음의 아름다움이, 입에 문 박하사탕처럼 화악- 퍼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신해철 답지 않게(?) 청혼의 노래다. 결혼하고 싶은 걸까? 정말? 이런...
이따금씩, 그가 가슴 아린 연애 감정을 담은 노래를 좀 했으면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불쑥 청혼의 노래를 들고 나오니 이러다가 어느 날 불쑥 결혼해
버릴까봐 걱정이다. 한 여자와 결혼하는 신해철... 상상할 수 없어...
Mixing을 달리한 세 가지 version이 있지만 테크노가 낯선 나로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특히 Radio Mix와 More Beat Mix는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Extended Mix야 도입 부분부터 확실하게 다르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또
앞의 두 곡과 흡사하다.
<매미의 꿈>은 테크노이건, 테크노에 그의 mixing이 더해진 것이건 간에
상관 없이 신해철 과科다. 서너 곡의 결합으로 한 곡을 이루는 구성이랄지
특유의 비장한 느낌이랄지, 거대한 것을 향한 분노를 목구멍에 꽉 재어놓은
채로 냉소적으로 내뱉는 날카로운 가사랄지, 그런가 하면 느닷없이 과장스레
장난을 치는 것이랄지...
☆ 잡담
영국인 두 명에 남궁연을 더해서, 그렇게 넷이 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9월쯤 그 앨범이 나온단다. 팀 이름을 Future Culture라고 할지, East and
West Alliance라고 할지를 놓고 투닥거리는 중이란다. 둘 다 촌스러운 것
같지만 할 수 없지.
내가 한창 좋아했던 시절의, 앳된 신해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