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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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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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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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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向左走 向右走 왼쪽으로 가는 남자 오른쪽으로 가는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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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제목은 자신이 없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상당 부분은 정말로 우리가 쓰는 말들이고 그 말의 내용은 현실에서 실현된다. ‘발’이라는 것은 내 몸에 정말로 붙어 있고, ‘발을 삐다’라는 말의 뜻은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어떤 말들은 그와 정반대다. 내 인생에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을 가리키는 말을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단어. 나는 한번도 내 삶에서 운명적인 사건,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도 이 단어를 잊지 못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단어를 쓸 날을 기다리고, 이 단어가 내 앞에 현실로 구현되기를 희망한다.
向左走 向右走는 운명적인 만남과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 남자와 여자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운명적인 만남에 이르는 데 분주한 나머지 사랑까지 하지는 못하지만, 이 둘이 운명적인 관계임을 보여주고 영화가 끝난 후 우리는 이들이 성격이나 취향의 차이로 삐거덕거리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운명이니까. 도대체 운명이 뭔지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했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어야 하니까 그들은 싸우지도 미워하지도 바람을 피우지도 않고 완벽하게 행복할 거라 믿고 치우는 것이다.
운명, 이 단어는 어쩌다 이렇게 힘이 세졌을까. 서로를 운명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이쯤 되면 운명은 아직 사랑을 만나지 못한 자들의 신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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