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쓴사람 :
|
박혜림 |
|
|
쓴내용 :
|
<클린> 있었으면 좋겠는 것 없이 살아가다 |
|
|
|
|
|
리와 에밀리는 가수 부부다. 둘 다 왕년의 가수요, 지금은 5년 넘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불안하고, 그래서인지 마약을 한다. 불안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고 나간 에밀리는 혼자 호숫가에서 마약에 취한다. 돌아와보니 자신이 사다준 마약을 과다복용한 남편이 죽어 있다. 마약 소지 혐의로 6개월을 복역하고 나온 에밀리는 시부모에게 맡겨놓은 아들을 만날 권리를 빼앗긴다. 사랑하는 남편이 죽었고, 보고싶은 아들을 만날 수 없고, 집이 없고, 직업이 없고, 다시 노래를 부를 희망이 없다. <클린>의 거의 모든 상영시간은 이 아무것도 없는 시간에 할애된다. 그 가혹한 시간에 마음을 이입하지 못한다면 배겨내지 못할 영화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약을 끊어야만 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 - 파리의 중국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부인복 매장에서 자신의 패션코드와 정반대인 옷을 팔거나. 당연히 힘들고 고통스럽고, 그래서 죽고 없는 남편을 그리며 흐느껴 울기도 한다. 그러나 에밀리는 중국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큰 가망 없이도 데모테입을 만들어 프로듀서를 만나고, 마약 끊는 것을 도와주는 약을 먹고, 그 약 때문에 식당에서 잘린 후에는 그것마저 다시 끊고, 아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쁘렝땅 백화점에 일자리를 구하고,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실망할 줄 알면서 또 프로듀서를 만나고... 기승전결 없는 지루하고 고단한 삶을 산다.
욕망은 얻고자 하는 마음인데, 그것은 가망이 있어야 뜨겁다. 가망 없는 욕망의 시간은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사람의 손발처럼 차다. 이 영화에서 에밀리를 연기한 장만옥은 너무나 시려워보이지만 아무도 감싸 부벼줄 이 없는 가느다란 찬 손 같다. 영화 내내 추워보이던 그녀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도 새벽 공기처럼 서늘하다.
음악이 참 좋았고, 에밀리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장만옥은 에밀리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