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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릴라 아주머니!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리 생각해본다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가끔 어떤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을 키 30cm 정도로 비례축소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으면
싶어질 때가 있다. (그것이 책상 위였던 이유는 하루종일 책상 앞에서 살았던 회사생활중이었기 때문이다)
스머프처럼 작아서야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곤란할 테고
30cm 정도가 위협적이지 않으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크기라고 생각한다.
그 30cm의 인간은 이런 캐릭터가 적합하다.
적당히 말이 많고, 이왕이면 말재주가 있고, 꿋꿋하고 정의롭고 용감하고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하고 반항적인.
신체적으로는 머리가 크고 몸이 통통할수록 좋고 말이다.
가령 예를 들면, 요새도 이따끔 정겨운 음란메일을 보내주는 옛동료 찐빈이라거나, TV에 나오는 김제동이라거나, 생각해보면 노무현도 괜찮을 것 같고, '네멋'의 복수씨도 좋고... 이런 친구가 옆에서 계속 종알거리거나 투덜거리거나 데굴거리는 거다.
내 상상 속의 30cm의 인간이 여성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는데 오늘 문득 빨강머리 앤을 이 크기로 줄여놓고 잠시 데리고 놀아보니
이 녀석만한 적임자가 없지 싶다.
외로워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사진 속의 동그란 얼굴은, 내가 30cm로 비례축소하고 싶었던 동료
살쪄서 슬픈 원빈, 찐빈
최근 연달아 보내준 두 통의 싱거운 음란메일에 와락 그리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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