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음악폴더에서 경쾌하고 힘있는 곡들을 골라내 MP3 플레이어에 옮겨담고
그 MP3 플레이어를 팔뚝에 둘러찬 후
걷기와 달리기의 중간 속도로 발을 젓는다.
팔뚝에서 귀까지 이어진, 몸 밖으로 난 핏줄 같은 검은 선을 타고 음악이 흘러들어오고
나는 그 힘으로 발을 젓는다.
멀티태스킹을 전혀 못하는 나는 음악을 틀어놓고는 책을 읽지도 공부를 하지도 일을 하지도 못하지만
시간을 건너고 공간을 지날 때 음악은 타임머신인양, 세상에서 제일 빠른 이동기구인양 나를 여기에서 저기로, 그때에서 지금으로 옮겨준다.
빠른 걸음에도 힘찬 팔짓에도 흔들림없는 소리를 공급해주는 이 작고 신기한 MP3플레이어의 힘으로 2시간이나 즐겁게 땀흘리고 돌아왔다.
아름다운 기계다.
민조
나도 달리고 싶구나. 하지만 지금은 어렵겠다. 고통스러운 맥박이 왼손 엄지 손가락에서만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