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쓴사람 :	박혜림
	쓴내용 :	황당한 꿈

꿈이라는 게 대개 황당무계하지만, 간밤에 꾼 꿈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내 꿈엔 종종 유명인사가 등장한다.
조용필이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러니까 연말 가요대상이라는 걸 했다 하면 가수왕이 되던 그 시절에 그는 걸핏하면 어린 내 꿈에 등장해 거의 숨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좀 숨겨달라고 애원했었다. 그러면 나는 운동권 애인 숨겨주는 여대생처럼 그를 우리집 어딘가에 숨긴 후 누구 쫓아오는 놈이 없는지 망을 보며 초조해하다가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갔던가 아직 안 들어갔던가.. 그렇게 어릴 때의 얘기다.
90년대 후반엔 김대중 대통령이 노란 가디건을 입고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산책을 하다가 나와 마주치곤 했다. 역시나, 이 어르신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나는 갈길이 바쁘긴 하나 인정상 어쩔 수 없이 노란 가디건의 이 할아버지를 부축해 느릿느릿 걷다가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노무현, 강우석, 차승재, 전유성, 이병헌... 암튼 자기 분야에서 한 가닥 하는 남자들 상당수가 이렇게저렇게 내꿈에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급기야, 어젯밤에는 이 사람이 등장했다.
성은 조, 이름은 갑제.
지금까지의 출연자들과는 달리 나는 이 자를 절라 싫어하며 사실 얼굴조차 모르는데... 그래서였는지, 꿈에 나타난 조갑제에게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있었고 그는 내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그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다.
조갑제의 비밀은 이러하다.
비단한복을 차려입고 잔디밭 위에 비스듬히 기대누운 자세로 나와 마주친 갑제씨는 사실은 한국인이 아니라 매우 곱상하게 생긴 서양인이었다. 눈이 파랗고 콧대가 겁나게 높고 눈썹뼈도 높고 피부가 하얀 백인 말이다.
한때 인기를 모았던 보쳉과 부르노 커플의 부르노를 연상시키는 젊은 백인 남성이었다.
중간에 여러 황당한 인물들이 등장해 논리가 하나도 안 맞는 이야기가 얽히긴 했으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갑제씨뿐이다.
갑제씨 왈, 내가 조선일보에 도대체 무슨 글을 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보다시피 색목인이고 이 나라 사정을 모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절필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절필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내겐 이런 비밀도 있다, 아 갑제는 괴롭다..... 뭐 이런 고민을 한참 털어놓는 것이었다.
한순간, 공간적 배경은 조선일보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마당 쎄실 극장과 영국문화원이 있는 내가 좋아하는 서울길로 변해버렸고 나는 갑제씨의 고민이고 뭐고 '와, 서울이다!'를 외치며 담벼락을 따라 좁게 드리워진 그늘 속으로 걸어들어갔던 것 같다.

*조갑제로 이미지검색을 해보았다가 후회했다. 폭식 방지용으로 바탕화면에 깔아놓으면 식욕억제효과가 있을 얼굴이다.


민조	혜림... 나 지금 웃겨서 쓰러져 있다. 스트레스 만빵인 나날에 정말 밝게 웃었다. "갑제는 괴롭다" 죽인다, 정말...	2004/07/08	x

백혜경	나도	2004/07/09	x

작너	다행이다.. 후회해서...	2004/07/09	x

ㅎㅎㅎㅎ	ㅎㅎㅎㅎ 그대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어라	2004/07/09	x

blanc	예지몽이면 좋겠군요.	2004/07/10	x

vincent	갑제씨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속내를 혜림씨에게 들켜버렸군요.	2004/07/11	x

홍세미	여태까지 왠만한면 흔적없이 구경하려고 했는데... '성은 조, 이름은 갑제.' 이 대목에서 의자에서 굴러떨어질만큼 웃어버린 이상 인사 남깁니다. 언니 굉장하다...	2004/07/14	x

박혜림	나도 세미 미니홈피를 흔적없이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일촌공개로 바뀌어버렸잖아. 세미야, 이 언니는 이제 늙었고 싸이의 일촌맺기는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일이지. 네가 늙은 언니를 그렇게 떨궜음을 이제야 알리노라. 쿨럭~ (넌 옛날보다 더 어려졌더라. 회춘의 비법이나 공개해라. 촌수 상관없는 방명록 같은 데다 해주면 좋겠다.)	2004/07/14	x

홍세미	웅.. 그건 사정이 있었다구요. 친구 시어머니가 스토킹을 해대는 바람에-_-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시니 제가 신청했어요. 제가 쪼끔 덜 늙었으니 우하하하하	2004/07/15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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