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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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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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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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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On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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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나는 조금 저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글쓰기에 관한 책을 사서 읽어본 적이 없다. 그것은 첫째, 글이라는 게 잘쓰는 사람한테 배워서 잘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 어쩌다 서점에서 그런 류의 책들을 살펴보더라도 그 저자들 가운데 훌륭한 작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셋째 글쓰기를 가르치겠다는 그 책들이라는 것이 어찌나 지루하고 따분해보이던지..
그런데 내가 글쓰기 책을 읽지 않는 위 세 가지 이유 모두를 가볍게 짓뭉갠 책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스티븐 킹의 [On Writing]이었다.
스티븐 킹에게 한창 빠져 있던 작년에 그가 쓴 창작법 관련 책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열심히 수소문해보았으나, 국내 번역본은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번역본이 나왔던 적이 있는지조차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욱-! 하는 마음으로 11.96$의 외화를 지불해가며 아마존닷컴에서 주문하였고, 번역본이 없으면 내가 번역하지-!라는 도전적인 자세로 몇 장을 읽고 우리말로 옮기던 중..... 안타깝게도 김영사에서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정말이지 시티문고를 유유히 걸어다니다가 이 책을 발견했을 땐 뭐랄까, 나의 공적을 도둑맞은 것 같고 나의 아이디어를 갈취당한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으나, 곧 이성을 회복하고 생각해 보니 도저히 나의 실력으로는 번역이 안 되는 이 책이 전문번역가에 의해 좋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고맙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실은 석 달 동안 고작 석 장을 번역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근데, 그러고 보면 역시 난 인터넷벤처회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것보다는 출판사에서 기획자로 일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을 것 같다.)
존경하는 왕선생님께서 권하는 최상의 글쓰기 비법은 多讀, 多作, 多商量인데 이 또한 내가 초중고고교시절에 영 쓸모없는 것만 배운 것은 아니구나 싶어 반가운 부분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의 초중고교시절 교과서는 이 비법을 참으로 안 실감나게 가르쳤던 데 반해 우리의 왕선생은 참 맛깔스럽고 가슴에 팍팍 와닿는 글빨로 이 비법을 전수해주신다는 사실.
창작의 비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은 과연 스티븐 킹의 책답게 강의서라기보다는 한 편의 감동적인 소설이다. 고로 창작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작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긴 이 책을 얼마든지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어느 순간 스티븐 킹에게 폭 빠져서 그의 책을 열심히 모아 읽은 적이 있는데, 그의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극단적인 두 갈래로 갈라졌더랬다.
스티븐 킹은
괴물이나 환상을 다룬 공포물은 재미없다(악몽록, 미스터리 환상특급, 신들린 도시 등)
그리고 일상과 현실을 다룬 책들은 재미있다(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탈출, 미저리 등)
- 가 나의 취향인데 이 책은 명백히 후자 쪽이다.
<이력서>라는 제목의 첫번째 장에서는 그의 어린시절의 추억이 엽편소설처럼 차라라락 펼쳐지고,
본격적으로 창작에 대해 얘기하는 <연장통>이라는 장에서조차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듯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스티븐 킹은 이 책을 쓰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그야말로 죽다 살아났는데, 이 책을 마저 완성하면서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재활에 성공한다. 그 이야기 또한 이 책의 후반부에 "한편의 소설처럼" 기록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창작법 강의라기보다는, 자신을 표절하는 추태를 보이기 전에 은퇴한다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스티븐 킹의 자서전 같은 책이다.
나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캐리> <샤이닝> 등 그의 주옥같은(!) 걸작들이 부디 좋은 출판사에서 좋은 번역으로 다시 출간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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