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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배짱 좋게 네고 한 판을 벌인 것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왜 나가냐, 뭘 어떻게 해주면 안 나가겠냐.
-그냥 쉴려고 나간다, 6개월 정도 쉴 생각이고 아마 그 6개월이 지나면 다시 비슷한 일을 할 것 같다. 그러니 6개월 휴직을 시켜주면 안 나가겠다.
-6개월은 너무 길잖냐. 그 정도 기간이면 나도 난감하다. 생각해 봐라, 대체 인원을 뽑을 수도 없고 안 뽑을 수도 없잖냐.
-그럼 3개월!
-그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어렵다.
-모르겠다, 밥이나 먹자! 이 밥 참 맛있다!
-휴가를 주겠다, 한 달.
-이미 2주를 쉬어봐서 아는데 한 달은 모자란다.
-한 달은 무척 길다!
-그럼 한달 반...
-한 달!
-그럼 그만둘 수밖에 없다.
-너 지금 나랑 네고를 하겠다는 거냐?
-네고는 당신이 하고 싶어하는 거다. 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좋다, 한달 반. 잘 쉬고 와라.
-근데 한달 반을 쉬고 와서도 여전히 일하기 싫으면 어쩐다..?
-그러면..., 밤 길 조심해라...
그리고 새끼손가락에 엄지도장.
이것이 엊그제 본부장님과 나눈 대화다.
그러니까 나는 한달 반의 휴가와 회사 잔류라는 새로운 결론을 받아들게 된 것이다.
팀장님마저 나에게 '네고 잘했네!'라고 하시니, 그래 어쩌면 나는 네고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네고였다면 나는 네고를 꽤 잘한 편이다. 휴가를 얻어낸 것은 물론이고 본부장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투덜대고 또 몇 가지 것들을 얻어냈으니.
하지만 한달 반 후에 다시 시작할 회사 생활은 내가 쳐놓은 덫에 걸리는 날들이 될 것이다. 요주의 인물이 되었을 테고, 투덜이 스머프로 각인되었을 것이며, 특혜를 준 것만큼 뽑아내고 싶어할 것이니.
모른다, 이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최소한 한 달 반이라는 시한부 기간 동안은 아무것도 손해본 것이 없으며,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 시간을 어떻게 주물러서 여기저기 써먹을까를 궁리하는 편이 경제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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