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쓴사람 :	박혜림
	쓴내용 :	어느새, 10월25일

며칠 전부터 단편을 하나 쓰고 있다. 쓰는 동안은 언제나 똑같다. 힘들면서 편하다.
오늘 목표했던 분량까지 쓴 후 스스로를 칭찬하는 뜻에서 40원이나 하는 대구탕을 먹어주었다. 요즘은 유난히 생선살이 땡긴다. 둘이 가서 한명은 탕, 한명은 구이 이런 식으로 나눠 먹으면 내가 객지생활중임을 잠시 잊는다. 고마운 생선살.
다음달 초까지 완성한다는 기한을 지키면 한국제과점에서 파는 치즈케익이나 쉬폰케익을 선물하려고 한다. 케익을 먹고 나면, 혼자서도 잘 노는 나를 칭찬해주는 의미에서 머리도 한번 쓰다듬어 주고. 옷도 한벌 사주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그러긴 어렵겠다. ( 혼자서 엄마놀이 하는 중이다. )

이달 들어 스트레스가 심했다. 눈으로 봐서는 모르는데 손을 대보면 얼굴 가득 스트레스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녀석의 발자국은 좁쌀만하다. 큰 거 한 놈보다 작은 놈들 왕창 몰려다니는 게 더 무섭다.

감기는 아닌데 자꾸 목이 땡땡 붓는다. 바깥 공기가 차가워진 후론 밖에 나가 숨만 쉬어도 기침이 나온다. 왜일까? 벌써부터 마스크를 쓰는 건 좀 부끄러운데.

선희가 고민이 많은지 전화해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자꾸 나더러 언니라면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묻는데, 내코가 석자인 주제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자나 빠진 코 밑에 뚫린 입으로 이 소리 저 소리 주절거렸다. 코가 무거웠다.
전화를 끊고 나니, 남에게 얘기할 수 있는 고민을 가진 선희가, 아니 고민을 남에게 얘기할 수 있는 선희가 부러웠다. 나는 정말이지 그게 잘 안 된다. 무거워진 내 코에 대해 말할라치면 입도 무거워져버리니, 내 코와 입은 왜 이렇게 생겨먹었단 말인가? 정말 고민이다.


Yar	부디 감기조심하세요. 마스크로 이쁜얼굴가리는건 비추.	2004/10/26	x

혜정	원래 중도 자기 머리는 못 깎는 법이라잖냐. 자기 고민은 해결 못해도 남의 고민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지. '나라면 말야, 이렇게 하겠어.'라고. 뚫린 입으로 말 못할 거 없잖아?^^ 그렇기 때문에 혜정이도 뚫린 입으로 한 마디 하자면, 자기 고민을 남에게 얘기할 수 없는 건 둘 중 하나야. 어차피 이 고민을 해결할 사람은 나뿐인데, 다른 사람한테 말해 무엇하겠어?, 와 같은 강한 자의식의 소유자이거나, 내가 이 고민을 말하면 쟤가 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등등과 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거나. 뭐,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니까, 이 둘 말고 다른 경우도 있다고 딴지 걸진 말구.^^ 근데 말야, 자기 고민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사람이 내 고민을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건 아니란다, 혜림.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덜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야. 최소한 나는 그렇더라구. 그렇다면 굳이 코건 입이건 무거워질 필요 없지 않나?	2004/10/27	x

박혜림	yar / 그래서 이쁜 얼굴 활짝 내놓고 기침하면서 다니는 중이에요. ^^ 혜정 / 그치. 말하는 동안 해소가 되지. 상대방이 뾰족하게 뭔가 제시해줘서가 아니라. 근데 난 후자거덩.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뭐 이런 두려움. 그래서 가끔 고민을 털어놓고 돌아서는 것이, 아 괜히 말했다... 라는 또 하나의 고민을 얻고 돌아가는 길이 되곤 해. 나 진짜 '작은마음'이야.	2004/10/27	x

혜정	하하하, 혜림. '작은 마음'이란 '소심하다'는 뜻이냐? 재밌다.^^ 너의 언어구사력은 정말 훌륭하다니까.	2004/10/28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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