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학술진흥재단에서 해외로 선생들을 파견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게 하는데
내가 있는 이 학교는 올해로 두번째 학술진흥재단 선생을 받았다.
작년에 나와 같은 시기에 오셨던 첫번째 선생님은 한학기를 마친 후 뇌출혈로 중도귀국하셨고
올해 가을학기에 두번째로 온 내 동갑내기 선생은 어제 자기집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쳤는데, 피를 많이 흘리다가 나와 함께 병원에 가서 두피를 꿰맸다.
머리카락 때문에 상처에 붕대를 밴드로 붙이지 못하는 상태라 양파 망태기 같은 것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이 친구는 중국 와서 별 일이 다 생긴다며 기막혀했다.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진 선생님까지 목격한 나로서는 더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 둘은 나쁜 쪽으로 기가 막힌 경우이고, 좋은 쪽으로 기가 막힌 경우도 있다.
역시 한국사람인데, 나이 마흔이 되도록 임신을 못하다가 이 학교에서 강의하기 시작한 첫학기에 임신을 한 것이다.
내가 중국에 오기 전, 꾸준히 교환교수니 뭐니 해서 한국 선생들이 왔었는데 누구 하나 멀쩡하고 평범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얘기라 그간 한번도 귀담아듣지 않았던 이 징크스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나도 귀국하기 전에 뭔가 기막힌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방정맞은 생각도 떨칠 수가 없다.
나는 육감이 꽤나 발달한 편인데 한 사흘 왠지 불안하고 심상치 않다 싶더니 한국에서도 나쁜 소식이 날아왔다.
징크스, 육감.. 이런 거 죄다 깨지고 안 맞고, 그렇게 흐트러져버렸으면 좋겠다.
불안하고 우울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