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과 선생님들과의 회식은 술도가니다. 결과는 대체로 죽거나 나쁘거나이고, 나는 그 회식이 싫다.
오랫동안 술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이 친구, "才樹新"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친구 덕에 술에 대한 애정을 회복했다.
오늘은 이 친구와 "우량예(한자 지원이 안 된다)"라는 명주를 나누어 마셨다.
50도가 넘는데도 향기가 온순하고 곱게 넘어가는 것이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싶었다.
- 난 말이야, 한국에 돌아가면 이 중국 백주가 젤로 그리울 것 같아.
그러자 그는 예의 그, 한국엔 이런 거 없지?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게 잘난 척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깐 후론 대체로 응, 난 중국 백주가 정말 좋아, 등의 정답을 얘기해준다.
그는 이웃 청도대학의 미대 교수다. 그러니까 화가다.
- 넌 내 인생 첫번째 화가 친구야.
- 그래? 한국엔 화가가 없어?
- 내 주위엔 없었어.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중국에 와서 여유롭게 지내는 네가 부러워,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한 그가 오늘 선언했다.
내년 가을 러시아로 유학을 가서 그림을 그리겠단다.
나는 우량예가 담긴 잔을 여러 차례 들어올리며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 잘했어.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특히나 그게 공부라면 무조건 가는 거야. 정말 잘 생각했어. 가지 않는다면 넌 후회할 거야. 네가 러시아에 있는 3년 동안 난 꼭 한번 러시아 여행을 갈 거야.
명주는 안 취하는 술이 아니라 깔끔하게 취하는 술이다. 취했지만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몇 주 전, 才선생과 나는 바닷가에 가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디카로 才선생을 찍고 才선생은 필카로 나를 찍었다.
나는 아직 그 사진을 현상하지 못했는데, 그가 필름과 함께 현상한 사진을 넘겨주었다.
역시 화가라 사진도 잘 찍는다. 얼핏 보면 양조위를 닮은 그의 얼굴은 내 카메라 안에서 저렇게 망가져버렸는데..
내가 찍은 그, 그가 찍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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