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는 뉴스를 읽었다.
동아TV에서 프렌즈를 볼 때 내 마음은 유쾌함이거나 따뜻함이거나 부러움이었다. 친밀감으로 인한, 친밀감에 대한.
친밀감은 사회책에 명시되진 않았어도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생존의 기본조건이다.
어떤 나약한 인간은 친밀감을 느낄 대상을 가진 후에야 비로소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사색도 하는 인간다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떠들고 마주보고 부비고 만질 그 기본조건의 결여는 집이 없고 밥이 없고 옷이 없는 삶처럼 비참하다.
지난 겨울 몸이 몹시 아팠을 때 기진한 몸으로 기어나와 <프렌즈>와 <싱글즈>를 번갈아가며 틀어놓고 오른손으로 왼손을 왼손으로 오른손을 만지작거리며 레이첼과 모니카와 피비와 로스와 챈들러와 조이와 나난과 동미를 시샘하다가 무너져 잠이들곤 했다.
나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해주었던 사람은 그보다 더할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부모와 연인과 친구, 그들이었고
그들이 있어서 나는 단지 숨쉬는 것 이상의 뭔가를 해볼 수 있었다.
친밀한 존재를 곁에 두고 싶다는 바램은 더 그럴듯한 삶을 살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의 고백이며
그럼에도 그들에게 쉰소리나 지껄이며 농담을 해대는 까닭은 그 고백이 너무나 순수하고 수줍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당신에게 건네는 어줍잖은 농담은 내 삶에 당신의 체온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고백이 되는 것이다. 간혹 영업사원의 성실한 고객관리일 가능성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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