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연장을 챙겨들고 목욕을 갔다.
나는 샤워는 별로 안 좋아해도 목욕은 퍽 좋아한다.
목욕은 여유를 주지만 샤워는... 춥고 분주한 느낌이지 않은가.
목욕탕에 손님이 나 하나길래 오래오래 놀았다.
오래하면 진빠지는 그 목욕을.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미호, 나오코, 야마시타, 두 명의 한국유학생과 함께 고기 부페에 갔다.
한국식당에서 제공하는 이 고기부페는 구워먹는 고기류와 거기 곁들이는 식사류를 단돈 38원에 무한정 제공한다.
여자 여섯명이 오늘 이 식당을 거덜냈다. 고기는 최소한 25인분쯤, 그리고 거기에 냉면, 국밥, 미역국, 김치볶음밥 등등을 끝도없이 주문했다.
내가 물을 마시면 한국유학생 애들이, 언니 물배 채우면 안 돼요!! 고기 먹어야지!! 이러는 분위기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여자들이 식당 하나 점령하고 폭식하는 분위기... 나 이런 거 좋아한다.
고기 앞에서는 한 마리 육식동물로 변신하는 박혜림, 혼자서 4인분은 족히 먹지 않았을까.
그리고 집에 돌아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한낮을 보냈다.
목욕도 했고 밥도 많이 먹었으니 잠이 왔다.
그래서 낮잠을 잤다.
누구 하나 깨워주는 사람 없는 내 인생, 일어나보니 한밤중이다.
폭식하는 거, 낮잠을 밤잠처럼 자는 거 - 이 한 마리 사자같은 하루.
할 땐 좋은데 하고 나면 언제나 후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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