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해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것은 청도가 너무 작고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싶고, 네온사인만으로도 환하기 그지없는 저녁 거리를 걷고 싶고, 예쁜 옷과 예쁜 신발 앞에서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안 사고 돌아서는 아쉬움 내지는 손에 넣고 돌아서는 쾌감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청도엔 스타벅스 말고 '스타스벅'이 있다. 성민이가 청도에 왔을 때 같이 가보았는데, 맛은 진하고 향기는 전혀 없는 놀라운 커피를 팔고 있더라.)
그래서 상해에 갔고 성에 안 차긴 했지만 대충 그렇게 해보기 위한 코스를 돌았다.
여기는 난징루라는 상해의 번화가. 혼자서 예원을 돌아본 후 한스를 불러내 여기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땐 혼자 신나 있어서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한스는 피로에 쩔어있다. 오빠 미안~)
난징루는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한스는 다시 회사로 들어가고 나는 화이하이루로 갔다.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즐비한 화이하이루는 서울의 압구정동 같았다. 여기서 스타벅스 커피도 마시고 옷과 신발도 실컷 구경했다. (그러나 역시 살 건 없더라. 중국스타일이라는 게 선뜻 손이 안 간다.)
화이하이루는 상양시장이라는 대규모 시장으로 이어진다. 그곳은 이대앞이나 동대문시장에 비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다음 퇴근한 한스를 다시 만나 그의 친구 아밍阿明, 아밍의 아내, 한스의 동료 전주임님과 상해 어느 식당에서 상해 음식을 먹었다.
중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음식이다. 그런데 이 가장 좋은 음식을 제대로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반드시 중국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스의 친구 아밍과 아밍의 아내가 끝내주는 것들로만 주문해주었다. 정신 못차리고 배가 터져라 많이 먹었다. 사진도 안 찍었고 음식 이름도 안 물어보았던 것이 조금 후회된다. 이날 황주라는 술도 처음으로 마셔보았다. 백주와 홍주만 마시다가 처음으로 마셔본 황주.. 역시 맛있었다.
그런 다음 한스, 전주임님과 함께 신천지新天地라는 곳으로 갔다.
여긴 서울의 청담동 되겠다. 번화하고 깔끔하고 세련됐고, 쥑인다.
내가 그리던 상해의 이미지가 여기에 다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오전에 혼자서 다시 찾아갔다.
 
멋진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마시고 햇볕을 쬐었다.
이 거리에서 아주 조금만 걸어가면 상해 임시정부가 있다 - 라고 한스가 가르쳐주었는데, 차마 여길 떠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외면했다. 한스와 함께 항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닥칠 때까지 이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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