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장거리 버스를 타고 쑤저우, 소주에 왔다. 아직 항주가 덜 깬 상태였다.
소주는 작다. 건물은 모두 하얗고 시내에 새로 만드는 버스정류장조차 옛날식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의 유물로 오늘날 먹고사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는 졸정원 입구.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쨍하니 빛나던 이날 졸정원 입구 저 카페의 야외테이블은 탐나는 자리였다. 졸정원 구경을 마치고 나와서 저기 앉아 잠시 쉬어야지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졸정원에 와있다.
정원이다.
정원을 거니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디에 앉을 것인가,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 이런 마음일 때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사방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한칸짜리 건물이다. 잠시 가이드가 하는 말을 주워들었다.
이 방에 앉으면 사방의 풍경을 다 볼 수 있습니다. 사방 유리니까요. 그런데 유리가 없던 옛날엔 어떻게 했을까요? 아주 얇은 하얀색 실크로 창을 만들었답니다...
투명에 가까운 실크 창을 상상해본다.
이 꽃잎같은 실크.
그 옛날 어느 누군가가 수심에 젖어 기대앉았을 물가의 정자엔 색목인 소저가 골반바지 위로 엉덩이살을 내놓고 앉아 있다. 그것도 의자를 밟고 난간에 앉아 있다.
 
여기서도 물 건너 저쪽에서 혼자 여행중인 색목인이 내가 앉은 이쪽을 찍고 있다.
나도 그림이 되는 곳, 졸정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