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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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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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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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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좡周莊] 사실은 여기가 동방의 베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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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와 장쑤江蘇성의 경계에 위치한 저우좡은 원나라의 대부호 아무개씨가 운하를 만들기 위해 마을 북쪽의 강물을 끌어온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물 정자 모양으로 운하를 만들고 마을을 세웠는데 아름다운 다리가 드리워져 있고 고풍스런 주택들이 평온하게 들어차 있다.... 라고 가이드북에 적혀 있다.
여기가 입구. 자, 뒤돌아서 들어가보자.
토요일,일요일에 항주에 다녀오느라 힘들었을 한스는 화요일인 이날 오전에 출근을 했다가 기사를 데리고 땡땡이를 감행하여 나를 저우좡에 데리고와주었다. 선배님의 은혜가... 흑흑...
소주가 심히 실망스러웠다고 하자 한스가 그랬다. 마르코폴로씨가 말한 동방의 베니스는 그 소주가 아니라 바로 여기 저우좡이라고.
그렇구나. 마르코폴로씨의 신용이 한 등급 다시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날씨가 끔찍하게 더웠지만, 31도라나?, 아기자기한 저우좡은 흥미진진했다.
저우좡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골목
어느 유명한 화가가 이 모퉁이에서 그린 그림 또한 유명하단다. 소수민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 뒤로는 쌍교라는 이름의 돌다리가 드리워져 있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생선도 걸려 있네. 햇볕이 좋아서 잘 마르겠다.
여기는 돼지족발로 유명한 곳이다. 여기 족발은 족발이라고 안 부르고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옛날옛날에 말이다.... (가이드가 해준 말을 한스가 통역해주었는데 다 잊어먹었다)
족발집으로 가면서 난 원래 족발 같은 거 안 좋아한다고 했더니 한스가 족발이 피부에 좋다고 했다.
남자는 정력에 좋다면 뭐든지 먹고 여자는 피부에 좋으면 뭐든지 먹는다던가.
꼭 피부에 좋아서가 아니라, 젓가락으로 톡 건드려주면 기다렸다는 듯 뼈와 살이 분리되며 무너져내리는 잘 익은 이 족발은 냄새도 안 나고 아주 맛이 좋았다. 잘 먹었다.
가이드가 그러는데 여기서 영화 촬영도 많이 한단다. 장예모도 바로 여기서 영화를 찍었고 어쩌고....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제목 좀 물어봐주라, 해서 한스가 물어보았는데
가이드라는 사람들은 준비된 원고 이외의 내용이 질문으로 들어오면 기냥 무시해버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계속 딴 얘기만 하더란다.
한스와 영화처럼 한컷 찍었다.
이 아저씨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분이란다. 이름을 가지고 시를 지어주는데, 그 사람의 이름 및 외모의 특성에 맞추서 시를 짓고 서체 또한 그사람의 분위기에 맞는 것으로 택한다고 한다.
강택민도 이 아저씨에게 와서 이름자로 시를 지었단다. 그 시를 사진으로 남겨놓았는데 서체가 단단하고 강하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내 이름도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았는데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해서 그냥 포기했다.
너무 다작하시는 거 아닌가 몰라.
이곳을 끝으로 상해로부터 시작된 여행도 끝이 났다.
닷새 동안 보살펴준 한스에게 진심으로 감사.
[부록: 돌아오는 길]
상해로 돌아가 짐을 챙겨 청도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아주아주 작은 비행기였다. 1열부터 13열까지밖에 없고 각 열은 좌석이 4개씩이다.
비행기 티켓에 찍힌 도장 때문에 내 좌석 번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얼핏 보니 11B인 것 같길래 비행기 맨 뒤쪽으로 가서 11번 열에 앉았다.
짐을 부치면 탈 땐 편해도 내릴 때 시간이 지체되는 게 싫어서 그냥 들고 탔는데 이 심하게 작은 비행기는 짐 올리는 선반조차 없었다.
비행기 맨 뒤에 서있던 스튜어드(남자!)가 내 가방을 받아 의자 밑에 넣어주었다.
11번 열에 앉아 사람들이 다 타길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티켓을 스튜어드에게 주며 여기 내 자리 맞아요? 했더니 아니란다.
11B가 아니라 1B란다. 이런, 맨 뒤에서 맨 앞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좁은 복도는 들어오는 승객들로 가득했고 나는 11번 열의 좌석을 비워준 채 스튜어드와 함께 맨 뒤에 서서 잠시 기다려야 했다.
그때 확인했는데 스튜어드가 깔끔하니 잘생겼더라.
승객들이 얼추 다 타고 1번 열로 갔다. 스튜어드가 가방을 다시 가져다가 의자 밑에 넣어주었고 창가에 앉은 나에게 복도 쪽으로 옮겨앉으라고 해서 시키는대로 했다.
비행기가 이륙해 궤도에 오르자 1번열 저쪽의 비어있는 복도 자리에 그 스튜어드가 앉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와 나란히 앉았는데, 그동안 기차니 장거리버스니 비행기니를 타고 다니면서 내 주변에 젊고 잘생긴 남자가 앉아보긴 생전 처음이었다.
어이, 잘생긴 놈, 반갑다~
작업의 기운을 담아 염력을 쏘아보냈는데 나의 기가 강했는지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소저는 외국인이시오?
그렇사오만.
어디 사시오.
청도에 살지요. 그대는?
나도 청도에 산다오. 유학생이시오?
공부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그렇다오.
어느 학교?
해양대학교.
향항동로의 해양대학교?
그렇다오.
우리집도 향항동로라오. 택시 타면 해양대까지 기본요금이라오.
그렇소?
나는 '장'이라 하오.
나는 '박'이라 하오.
상해 여행을 갔던 게요?
그렇소.
남자친구와 함께 가지 그랬소?
그런 거 없소이다.
이렇게 이 스튜어드와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란도란 나누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나의 중국어가 한심한 까닭에 대화는 많이 삐그덕거렸다.
내 여동생이 한국어 공부를 한다오.
그렇소?
내 여동생을 소개시켜줄 테니 여동생에게 중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를 조금 가르쳐주시겠소?
나쁠 것 없소.
그럼 내 전화번호를 줄 테니 그대 전화번호도 좀 알려주시오.
그는 내가 중국에 와서 본 남자 중, 운남성의 고수 닮은 가이드 다음으로 잘생긴 남자였으니 이번 여행은 마무리까지 참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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