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랐다. (산 이름을 잊었다. 오래돼서리...) 아래로 보이는 게 다 차밭이다.
 
용감하게 넘어온 귀순용사 / 어렵게 올라온 시골처녀 분례
 
차밭 한구석에 선 이 남자 - 직급은 대리, 풍채는 이미 이사급 / 그리고 밭 매다가 뛰어나온 분례
차를 볶는 과정. 아주 좋은 향기가 난다. 차 볶는 아저씨 손이 참 고왔다. 시커먼 걸레로 찻잎이 담긴 저 뜨거운 그릇을 종종 닦더라만, 뭐 그 정도쯤이야...
이 지역에서 나오는 차의 이름이 용정차龍井茶인 이유는, 산꼭대기에 용정이라는 우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우물이다. 옛날옛날에 건륭황제가 이 동네에 오셨다가 산꼭대기에 우물이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며 이곳을 방문했단다. 그 당시 이 우물의 측면에는 우물 정井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황제가 다녀가신 후로 정井자 앞에 황제를 상징하는 용龍자를 추가로 새겨넣었단다. 그래서 자세히 보면 서체가 다르다고 한다. 우물 깊이는 68m. (20원 주고 고용한 가이드가 들려준 이야기를 한스가 통역해주었다.) 우물가에 다가서자 양철 두레박을 건네주며 물을 길어보라고 해서 한번 해보았다. 물을 두레박에 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계속 삽질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어 두레박에 물을 담아 끌어올렸다. 물이 그다지 맑아보이지는 않아서 손만 씻었다. 물을 길어올린 사람이 다 따라내버려야 한다고 해서 그 물을 다시 바닥에 깨끗하게 쏟아부었다.
그리고 차를 시음하러 갔다.
왜 차를 유리컵에 따라줄까, 의아했는데 차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 위함이었다.
차에 물을 부으면 찻잎이 모두 떠오른다. 그 밑으로 용정찻잎의 미세한 솜털 같은 것이 보인다. 그 솜털이 많을수록 좋은 차란다. (중국에 오자마자 용정차를 한통 선물받았더랬는데 난 무식해서 그 솜털들이 먼지인 줄 알고 다 따라내고 마셨다. 하여간...) 그리고 위로 떠오른 찻잎이 천천히 가라앉을수록 좋은 차란다. 찻잎은 청명 이전에 재배한 것이 가장 좋단다. 이날 한스와 내가 마신 차도 청명 이전에 재배한 찻잎이라고 했다.
가격은 꽤나 비싸서 500g에 인민폐 700원,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10만원이 넘는다. 이게 최고급은 아니고 더 비싼 것도 있단다. 한스가 이 비싼 차를 조금 사주었다. 넙죽 받았다 ^__________^ (선배님의 은혜가 하늘같으니 어찌 갚아야 할지...)
용정에서 내려와 배를 탔다. 한시간 남짓 서호를 한바퀴 도는 유람선이다. 건너편으로 지나가는 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난선같다. 내가 탄 배도 마찬가지였다.
 
항주는 또 진주로 유명하다. 서호에서 나온 진주조개, 배를 가르면 진주가 한바가지~
언젠가 항주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그땐 토요일,일요일,휴가철을 피해 평일을 택하고 싶고, 한 일주일 정도 머무르고 싶다. 숙소는 반드시 샹그리라 (혹은 항주반점?)이어야 한다. 내내 우리의 주차장으로 활용된 샹그리라는 호텔의 이상향이다. 위치도, 호텔 울타리 안의 나무도 최고다. 이 호텔에 묵으면서 아침저녁으로 서호를 바라보고 용정의 숲을 거닐고 싶다. 이 코스는 절대로 혼자 가고 싶지 않다. 서호를 바라볼 땐 맨 마지막장의 포즈를 취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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