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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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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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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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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팡(한자 모름)] 연화를 만드는 할아버지, 연을 만드는 아주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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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언니와 함께 웨이팡이라는 도시에 갔다.
처음으로 잉쭈어라는, 딱딱한 의자 기차를 타보았다. 그냥 한국의 일반 기차랑 똑같다.
한국말로 떠들면 중국인들이 다 쳐다본다는 것만 빼면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다.
언니, 웨이팡에 가서 뭐하고 놀지?
먼저 민속공예 하시는 분들을 만나고, 거기서 싸바싸바해서 농촌의 민가에서 자는 거야. 그리고 연날리기 대회를 보러 가는 거지. 좋지?
좋았으면 좋겠는데, 정말 좋을까?
웨이팡 기차역에 내려 표를 끊고 나오면서 임자 언니가 철도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주로 교통편에 관한 질문 같았는데, 여기서 나는 산동성 사투리의 진수를 들었다. 목구멍에 백년 묵은 가래가 걸려 있는 것 같은 발성으로, 깔끔하신 분들을 위해 좀 달리 표현하자면 치약을 5cm나 짜서 30분간 이를 닦다가 칫솔을 문 채로 뭐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 발성으로 웅얼거리는데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 질문은 임자 언니가 했는데 왜 자꾸 나한테 이상한 걸 물어보시는지. 저는 중국말 못하는데여.... 저는 중국말 못해여.... 그래도 아랑곳 않고 계속 가래 혹은 치약 거품 너머로 뭐라고 웅얼거리신다. 흑, 저는 중국말 못한다구여~!
임자 언니는 공예에 관심이 많다. 유네스코에 있을 때에도 맨날 어디서 쓰레기 주워다가 인형 만들고 화분 만들고... 내가 음료수 하나 사서 마시고 있으면 옆에 서서 그 병 비우길 기다리고 있었다. 혜림, 그거 다 마시면 병 어떻게 할 거야? 언니 줄게, 인형 만들어. 가끔 화분도 만들었는데 화분을 만들고 나면 거기에 심을 풀이며 나무를 찾으러 나랑 같이 괭이랑 호미 들고 유네스코 산자락을 헤매고 다니곤 했다. 언니 덕에 길이 아닌 곳도 참 많이 갔고 땅도 참 많이 팠다.
중국에 온 후에도 언니는 저 북쪽 단동에 살면서, 지난 방학 땐 저 남쪽 복건성으로 인형극 하는 할아버지를 만나러 다녀오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그 대학 의상학과 수업을 청강하고 바느질 같은 걸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단한 언니다.
시내 버스를 타고 마을로 가면서 언니가 책을 보여주었다.
 
이 할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거란다. 연화年畵를 만드는 할아버지란다.
연화란 무엇인고 하니, 설을 쇨 때 벽에 붙이는 그림이란다. 재앙을 쫓고 복을 부르고... 아마 그런 것이겠지.
사진엔 이렇게 적혀 있다. 年年過年 年年年畵
언니, 무슨 뜻이야?
해마다 過年할 때, 그러니까 해마다 새해를 맞이할 때, 해마다 年畵를....
난 올해 過年할 때 이런 거 못 봤는데... 이 책 몇 년도에 나온 거야? 할아버지가 아직도 여기 살고 계실까? 이사 가셨음 어쩌지? 우리가 불쑥 가도 만나주실까?
마을 입구에서 언니가 할아버지 댁을 물어보았다. 연을 파는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았는데, 여기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중국인을 만났다. 말로 설명하기 마땅찮고 우리가 외국인인 것으로 보인 까닭에 그가 가게를 팽개치고 우리를 그 집까지 데려다준 것이다. 인상도 어찌나 좋으신지. 그분 덕에 불가능할 것 같았던 책 속의 할아버지 댁 찾아가기가 가능해졌다.
연화 만드는 예술가네 집... 이라고 떡허니 써있지 않은가.
박혜림, 중국 와서 별군델 다 구경하는구나.
 
 
연화를 만드는 작업 현장이다.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배운, 목판화를 단색으로 찍지 않고 다색으로 찍는 과정과 똑같다. 색깔 숫자대로 목판을 새기고 색을 발라 찍는 것이다. 임자 언니가, 제가 해봐도 돼요? 그러고는 몇 장 발라보았는데 언니가 한 건 다 “베렸다”.
벽에 붙어있는 할아버지의 명성.
그리고 할아버지. 책에서랑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모자를 쓰고 계신다.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작품은 [서유기]란다. 서유기 한권을 저렇게 다색 목판으로 찍어 연화를 만드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고 몇 백 장의 목판을 파내서 몇 천 장을 찍어낸단다.
 
할아버지의 작품. 서유기의 한 장면 그리고 공자님.
임자 언니는 [서유기] 한 권을 샀고, 나에게는 [홍루몽] 그림 한 장 그리고 네 장짜리 [양축] 이야기 한 세트를 사주었다. [홍루몽]과 [양축] 그림은 아기자기하고 곱다. (저기 책상 위에 잘 올려두었는데 사진 찍기 귀찮다. 우리집에 놀러오는 사람한테만 보여주련다)
할아버지 댁을 떠나며 기념 촬영. 임자 언니 좋아 죽는다.
그리고 나서는 그 뒷집에 갔다. 그 뒷집도 책에 나오는 집인데 연을 만드는 집이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가 유명하신 연 만드는 분이고, 지금은 그 옆에 선 손녀딸이 대를 이어 연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 손녀분을 만났다. 거북이 연..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연이다. 언니가 이 집에서 눈알이 굴러가는 금붕어 연을 사줄까, 관절을 삐거덕거리는 용 연을 사줄까 물어보길래 금붕어 연으로 사달라고했다. 또 넙죽 받았다. 이것도 내 책상 위에 잘 있다. 조립할 자신은 없다.
아까 그 세상에서 제일 착한 중국아저씨가 우리를 이 집까지 안내해주셨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참으로 못할 짓이었는데, 왜냐하면 바로 이 아저씨가 연 파는 아저씨니까 말이다. 아주머니 댁에서 언니가 연을 몇 개 살 때, 아저씨는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까.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아저씨 댁에 들러서 또 연을 몇 개 샀다.
내일은 연 박물관에 간다. 민가에서 자는 건 내가 박박 우겨서 3성급 시내 호텔로 변경되었다.
아래 사진은 연하고 아무 상관 없지만, 웨이팡에서 목격한 참으로 중국스러운 명랑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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