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것이
세 명의 그녀들, 각각의 하루였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고작 두시간의 러닝 타임 속에 하루를 집어넣었는데에도,
그것도 세 사람의 그것을 저미듯이 베어내어 켜켜이 쌓았는데에도
그녀들 각각의 하루가 그토록 길게 느껴지는 시간의 마술을 깨닫는다.
하루가 한 인생만큼이나 길고
그 긴 인생을 셋이나 치러낸 느낌.
극장을 나서며 이 영화는 뭐지? 라는 정리할 수 없는 감상만 되뇌었던 나는
이틀이 지나서 깨달은 이 느낌의 정체가 바로 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스크린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 영화를 한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댈러웨이 부인>을,
그리고 또 가능하다면 그동안 단 한편도 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보겠다고 생각한다.
2003년 3월 4일 나의 하루는
2003년 2월 나의 한 달만큼이나 길고
2003년 2월 나의 한 달은
2003년 3월 4일 나의 하루만큼이나 간단했다.
그리하여 나는 네 번째 그녀, 또 한 명의 댈러웨이 부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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