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를 정리하다가 찾아낸 <애니홀> 포스터입니다.
<애니홀>을 시작으로 저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애니홀>의 이미지와 저 포스터의 이미지는 아주 많이 다르군요.
생생하게 겪어냈던 어떤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찍혀버린 한 순간의 사진을 훗날 건네받은 느낌입니다.
지난 겨울이었던가, 남자친구와 심하게 아주 심하게 다툰 후에 혼자서 추운 작업실에 돌아와 TV를 틀었는데 EBS에서 <부부일기>를 해주더군요.
(한때는 사랑했을) 남자와 여자가 헤어지고, 헤어진 후에도 서로를 지긋지긋해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영화 속 시선을 카메라를 향해 던지며 나에게, TV를 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쏟아냈습니다.
나는 저 여자의 저런 점이 정말 싫어, 저 남자는 왜 저모양이지... 뭐 그런...
그때 문득 이봐, 그런 얘긴 나한테 하지 말고 네 남편한테, 네 아내한테 직접 해. 그럼 되잖아,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그래서 제가 먼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했지요. 별 얘긴 못 했지만.
<애니홀>의 두 사람, 서로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뭔가 얘기하고 있군요.
아직, 좋다는 뜻이겠죠.
이 포스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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