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쓴사람 :	박혜림
	쓴내용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아이들의 세계에 '이상한 나라'로 빠지는 샛길을 터놓는 것
-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는 '비무장지대'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실성해제지대'일지도 모르지요.
아이들이 그 이상한 나라에서 그 세계 나름의 냉혹한 현실을 치러내야 한다는 것은 까맣게 잊었기 십상이니까요.

아이들은 혼자서 이상한 나라로 들어갑니다.
어른들은 그 입구까지 간신히 따라들어갔다고 해도 결국 피곤에 지쳐 잠들어버리거나
너무 바빠 다시 돌아나오거나.. 언제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치히로의 부모님처럼요.
결국 아이들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상한 일들을 혼자서 겪어내야 합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친구를 만나 의지할 수도 있구요.

그러고 보면 제가 한창 자랄 때,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춘기를 겪을 때 부모님이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던 것도 저 혼자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버렸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서로 소원했던 그 시절이 부모님 입장에선 '혜림이의 행방불명'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이 영화는 꽤 길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가 길었다기보다는 극장에 앉아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을 겪어내는 것 같은 그 심리적인 시간의 길이가 그랬습니다.
처음엔 웃고 박수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중반을 지나자 치히로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상한 나라 안에서 겪어내야 하는 일들이 마음을 지치게 했습니다. 그래서 치히로가 무사히 현실로 돌아와 자신이 막 빠져나온 그 출구를 뒤돌아볼 때 진심으로 안심할 수 있었지요.

다시 열살 무렵으로 되돌아간다는 생각, 실현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굳이 시도하고 싶지 않습니다.
간신히 서른까지 왔는데 다시 열살부터 시작한다니, 그 고생을 두 번은 못 하겠어요.
생각해 보면 어릴 때에도 어린 나름의 험난한 인생을 살아냈음에 틀림없으니까요.


늦바람	좋네요. 참 좋아요...'혜림이의 행방불명'이라...저로서는, 이제 열 살이 될 딸아이 때문에 더 짠하게 읽히는 글입니다. 정말이지 이제는 슬슬 맘의 준비를 해야할 때이지요. 그 '이상한 나라'에 아이만 달랑 보내놓고 전 무얼하고 있게 될까요?...	2002/07/10	x

박혜림	곧 열살이 되는 딸이 있다는 말은 늦어도 십년 후면 최고의 친구를 곁에 두게 된다는 뜻인 것 같네요. 전 잘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딸들은 크면서 엄마의 좋은 친구가 되잖아요.	2002/07/11

늦바람	그런데 그게 두렵지요...난 과연 친구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걱정되니까요. 솔직히, 자라면서 엄마랑 사이좋은 맏딸 못 봤거든요. 다들 전생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는 사람들처럼 으르렁거리고(제가 나름대로 말썽 안 부리는 딸이었던 이유, 둘째였기 때문인데요...우리 언니랑 으르렁거리는 엄마 보면서, 엄마가 저렇게 힘든데 나까지 거들면 안되지, 하고 지레 포기한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요즘도 며칠에 한번씩 우리 딸하고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나중에 엄마한테 대드는 딸 안되기로. 엄마가 좀 맘에 안 들어도 그냥 봐주기로^^ 지금까지는 꼬박꼬박 손도장까지 찍어주기는 하는데, 그걸 어찌 믿겠어요--;;;.. 그러니, 요즘 같아서는, 제 인생 최고의 목표가 바로 그거랍니다. '난 엄마 싫어'하는 말이 우리 딸 입에서 안 나오게 하는 엄마가 되는 것...(우와, 이거 될까요, 과연??? 요즘 하는 걸로 봐서는 싹수가 영...--;;;)	2002/07/11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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