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서강대학교 강당 메리홀에서였다. 나는 이 영화를 연극으로 먼저 보았다. 그 연극은 <열혈남아>가 아닌 <몽콕하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메리홀은 한여름에도 찬기운이 살갗을 훑고 지나가는 미스테리 건축물이었고, <몽콕하문>이라는, 뜻도 알 수 없고 발음도 묘연한 제목과 우울한 설정들, 그리고 이 노래가 메리홀의 한기에 오무라든 온몸의 모공을 파고들었더랬다. 어설프게 얼어붙은 얼음결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따순 물처럼...
유덕화와 장만옥의 키스가 이 영화의 절정이며 이들 인생의 절정이다. 그래서 포스터가 온통 이 둘의 키스 뿐이다.
아..., 영화를 다시 보고 나자 어쩐지 무력해져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왕가위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자기 영화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을 기운마저도 빼앗아버리는 거다.
한 달 동안이나 그리워했는데 잠깐 만나주고 휙 돌아서가버리는 깡패 애인이다. 그리움의 시간을 항변하기보다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그의 체온에 좀더 묻혀있고 싶은 것이다.
유덕화를 보내고 돌아서는 장만옥의 마음 자리를 채우던 왕걸의 목소리를 여러 번 여러 번 다시 듣고 싶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