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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제작 : 에릭 왓슨
각본 : 허버트 셀비
촬영 : 매튜 리바티크
음악 : 클린트 맨셀
주연 : 엘렌 버스틴, 제니퍼 코넬리, 제어드 레토
당신의 동공이 확장될 때
동공은 어둠 속에서 커진다고 배웠다.
조명이 약할 땐 조리개를 활짝 열어야 좋은 그림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빛과 무관하게 확장된 동공이 뇌리에 새기는 것은 환상인 모양이다.
동공이 커지자 환각에 빠진 그들은 행복해했다.
환상은 육체를 잠식한다
행복은 동사라는 말이 있다.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
처음엔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뭔가를 행하지 않고 행복을 느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았다.
스위치을 누르듯 동공을 확장시켜 얻는 행복은 육체를 에너지로 쓰고 있었다.
그들의 동공은 크고 검고 깊어서 아름다웠지만 그들의 얼굴과 육체는 쪼그라들어갔다.
그리고 육체의 에너지가 바닥나자 환각은 순식간에 공포의 나락으로 추락,전환되었다.
육체를 태워 얻은 그 행복도 그러니 결국 동사였던 것일까.
귀를 감을 수 없다면
<레퀴엠>의 음악은 레퀴엠이라는 형식에 익숙치 않은 내가 들어도 한번에 레퀴엠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레퀴엠풍이었다.
꼴깍꼴깍 맛있게 삼켜 온몸을 가득 채운 물처럼 그 레퀴엠은 충만하게 차고 넘쳐 육체를 휘어감는다.
그 레퀴엠은 음악이 시키는대로 머리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깊은 물 속에선 물이 시키는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편안하지 않던가.
물론 깊고 힘 센 물이 시키는대로 순응하면 물 속에 몸을 묻게 되고 말 것이며, 레퀴엠이 시키는대로
마음을 흘려보내면 어느 순간 불안한 현악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을 놓게 될 것이다.
레퀴엠 감상법 - 귀를 감을 수 없다면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레퀴엠>의 음악은 마치 소리를 만진 것처럼, 레퀴엠의 손길이 길게 쓰다듬고 지나간 살점처럼
촉감으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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