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그 두려움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해갈 것이라는 확신도 더해가고 있다.
아마도, "어른들의 세계는 이상하고 놀라워" 라고 중얼거리게 된 뒤부터였을까.
어제의 나는 그제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납득시킬 수 없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그제와 어제의 나를 이해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 당당했으며, 과거의 내가 내지르는 비난은 현재의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앞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애들은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째서 <언페이스풀>이 사랑에 관한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제목부터가 떡허니 <언페이스풀>인데 말이다.
이것은 결혼, 그 결혼의 faithful에 대한 영화이며, 그것이 UNfaithful해지는 순간 어떤 식으로 붕괴되는지를 보여주는 지극히 물리적인 느낌의 영화였다.
결혼의 공고함 앞에 "UN"이 붙는 까닭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욕정 때문이었다.
<해피엔드>도 <언페이스풀>도 "유부녀랑 바람 피우면 죽는다"라는 내용이지만, 나는 <해피엔드>를 사랑에 관한 영화로 기억하는 반면 <언페이스풀>을 욕정에 관한 영화로 기억할 것이다.
주진모와 전도연은 애틋했고 안타까웠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텔과 코니는 유치했고 한심했으며 천박해 보였던 까닭이다.
어린아이에게 수면제를 타먹이고 주진모에게 달려가는 전도연더러 "미친년"이라고 중얼거리지 못했던 나는, 그러나 이제 마텔에게 달려가 옷을 벗는 코니를 욕하지는 못하겠다.
내 눈엔 마텔과 코니가 발정난 두 남녀로 보였을 뿐이지만, 지금의 나를 납득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이상하고 놀라운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욕하기 두려워진다.
어른들의 세계는 이상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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