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서 가장 서러울 때가 몸이 아플 때라고들 한다.
그 때가 결국 왔다.
주말에 비가 오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내내 달고 다니던 감기가 갑자기 심해졌다.
교단 위에 서서 떠드노라면 머리가 핑 돌았고 숨을 쉴 때마다 콧구멍이 뜨거웠다.
간신히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 수업을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중국 대학에는 휴강이라는 게 없다. A선생이 일이 생겨 수업에 못 들어갈 상황이 되면 B선생이 대신 들어가 강의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수업은 선생 고유의 권한이고 선생 나름의 수업 방향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선생이 대신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자 학과장님 왈, 중국 학생들은 휴강하는 걸 싫어한단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이라도 대신 들어가 수업을 하는 것이란다. 정말? 난 대학 다닐 때 어쩌다 한번 예고없는 휴강이 너무 반가웠는데.
중국 학생들은 수업시작 시간 후 5분 10분 지나도 선생이 오지 않으면 선생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교무과에 가서 선생이 오지 않았음을 알린다. 무섭다..)
어쨌든 내 수업을 다른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감기약을 먹은 후 전기장판을 꽂아놓고 잠이 들었다. 조금 서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수업을 부탁드린 그 선생님의 사모님께서 전화를 거셨다. 먹을 것을 조금 가져다주시겠다고.
미역국과 흑미밥, 잡채와 마른반찬, 김치, 사과와 감 등을 잔뜩 챙겨오신 사모님 앞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먹고 자야 몸도 낫는다고 하셨는데, 정말이지 배를 불리고 자서인지 낮잠 후에 몸이 조금쯤 개운해진 느낌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 내일 아침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제대로 된 선생이 아닌지라 밑천이 딸리는 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그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근근히 버텨가고 있다.
몸이 좀 나아지고 생각해보니, 중국에 온 이래로 가장 서러웠을 수 있는 시간을 사모님 덕에 잘 넘긴 것 같다.
얼른 수업준비 다해놓고 빨리 다시 약 먹고 자야겠다.
정말이지,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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