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는 한번에 3개월치 생활비를 한꺼번에 받아서 쓰고 있다.
이번 분기엔 한달치 월급이 더 들어와서 좀 여유가 있다.
원래는 핸드폰을 사거나 수업자료로 필요한 잡지를 정기구독하라고 준 돈인데 나는 굳이 핸드폰이 필요하지 않고, 잡지는 다행히 임기를 마친 후 청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선배단원을 알게 되어 그에게서 한겨레21을 얻어다 보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도 연결되었고 말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삶의 질을 좀 높여보기로 했다.
1. 침대 시트, 가볍고 따뜻한 이불, 푸근한 베개 -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쓰던 이불과 시트를 그대로 쓴다는 건 역시나 찝찝한 일. 이참에 바꿔야겠다.
2. 드라이기 - 그냥 안 사고 버티려고 했는데, 추워지니 생각이 바뀌었다.
3. 간단한 주방 수납장 - 아무리 혼자 살아도, 아무리 밥을 잘 안 해먹어도 집이라는 게 하나 있으면 주방용품은 다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래서 수납장도 필요해졌다.
4. 전화기 - 아무개씨는 나더러 부재중에 음성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녹음 기능이 있는 전화기를 사라고 성화지만, 나에겐 너무 사치품이고, 다만 툭하면 전화선이 빠져버려서 통화하다가 무안해지는 이 고물 전화기를 새것으로 바꿔야 할 듯. 이왕이면 발신자표시 기능이 있는 놈으로 살까 생각중이구 말이다.
음~,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니 흡족해졌다.
역시 돈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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