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무척 가고 싶었다. 12월31일 오후에 마지막 시험이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리턴비자는 1월17일까지가 유효기간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으러 가서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1월1일에 제일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랑 1월17일에 제일 늦게 돌아오는 비행기로 왕복이요.
1일 아침 11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는데 안개 때문에 오전 비행기가 취소되었다.
오후 3시까지 아무 볼 것 없는, 손바닥만한 청도 공항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공항 활주로엔 비행기가 딱 한 대 놓여 있었다.
인사동 담벼락에서 어정쩡한 표정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내 모습.
나는 이 사진 속의 내가 좋다. 이 사진이 찍히던 때의 내 마음을, 그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인사동 어느 카페의 창가
그 카페에서 마신 생강차
돌아오던 날 서울엔 눈이 많이 내렸다.
그러나 하늘로 날아오르자 눈은 남의 동네 얘기가 되고 말았다.
저 아래 구름 밑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으려나.
이것은 구름이 떠있는 하늘이 아니라 구름 아래로 보이는 바다다.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아래가 청도다.
그리고 청도 공항.
고작 한 시간을 날아왔을 뿐인데 여긴 봄날씨다.
눈이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짐이 너무 많았으니까.
도착한 다음날 아침 눈이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