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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만에 만난 버터 토피의 기억 속에 담겨 있던, 나의 기억을 깨워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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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박혜림(ladyHR) 조회수: 112
등록일: 1999-11-22 00:37:08 본문크기: 1299 bytes
- 아직도야?
- 응. 아직도야.
너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여러 번 접은 하얀 종이를 꺼냈다. 옛날엔 약국에서 약을
지으면 하얀 정사각형의 종이에 알약과 가루약을 담아
그런 식으로 착착 접어주었더랬지.
접은 순서를 거슬러 종이를 펼치자 작고 파란 알약 한 알.
- 씹어먹으면 안 돼. 물로 넘겨도 안 된다. 침으로 녹인 다음
한 모금에 삼켜야 돼.
내가 입안에 알약을 담고 녹이느라 입술을 딱 붙이고 있는 동안
너는 내가 해독해낼 수 없는 표정을 하고 나를 지켜보았다.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20초, 혹은 22.157초.
시간을 재어두었더라면 나도 너와의 이야기를 모두 써서는
<내 인생의 마지막 3.5초> 따위의 제목을 붙였을까.
아주 짧겠지, 그 이야기는.
전지적 시점은 불가능할 거야. 난 네 속마음을 지어내긴 싫어.
파란 알약이 녹는 동안, 나를 보는 너를 보는 동안,
책장을 넘기듯 차라락-,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짧은 기억들.
아니, 그렇게 완결된 소리를 내기엔 너무나 부실한 기억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멋부려 쓴 서체로 fin 따위의 글씨가 떠오를 듯한 너와 나 사이의
여백.
-난 이제 영화는 안 볼 테야. 현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그래서 영화를 보는 거야.
- ......
-하지만 넌 이제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된다. 그 약을 먹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은 아주 커다란 거짓말, 나는 그 거짓말의 한 부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게 우스운 농담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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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999년의 나는 뭔가를 잊고 싶었던 것이겠지.
클릭클릭 흘러다니다가 만난 이 만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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