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겐 세 명의 이모가 있다.
울엄마 아래로 인자 이모, 경자 이모, 숙자 이모... (그 흔한 子자 돌림 sisters인 것이다)
그 중 경자 이모는 내 어릴 적 우상이었다.
최씨 집안 세째딸 아니랄까 봐 정말 눈부시게 예뻤고, 위협적으로 세련된 여자 - 그게 바로
내가 이모에 대해 처음으로 받은 인상이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이모라는 사람에게 어느 순간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
울엄마가 나를 낳으러 병원에 갔을 때 경자 이모가 엄마를 따라왔었다고 한다.
전주에 있는 예수병원이라는데, 그 병원에서 울엄마는 나를 얻어 나갔고
경자 이모는 뻐꾸기를 날리는 여러 명의 총각 의사들을 얻어 나갔다고 한다.
내가 태어났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많은 남자 의사들이 이모에게 찝적거렸는지가 어른들에게는 더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아빠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고
그 다음으로 경자 이모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엄마보다 이모를 닮았다는 말은 곱씹어보면 참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쁘고 세련된 경자 이모와 닮은 구석이 있어 보였다는 사실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모는 그 많은 구혼자들 중에 한 명하고만 결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
나는 그 이모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 결혼했고 내가 어렸을 때 이혼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모가 왜 이혼했는지를 완벽한 대외비에 붙였다.
나는 아직도 이모가 왜 이혼했는지 알지 못한다.
예쁜 경자 이모는 아주 오랫동안 혼자서 살았다.
해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었고 그러다보니 그 숫자가 50을 넘겼지만
그래도 이모는 여전히 예뻤다.
뭐랄까, 동급 최강...이랄까.
그러던 어느 해부터인가 이모 곁에 남자가 있었다.
둘은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았다.
어른들은 여전히 그 둘이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사는 이유를 대외비에 붙였지만
보안 유지는 예전만큼 철저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저절로 알게 됐다.
이모부의 자리에 서있는 그분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혼하지 못한 채 경자 이모와 함께 산다는 것을,
그것이 이모를 힘들게도 하고 이모의 가족들을 괴롭히기도 한다는 것을.
그래도 나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경자 이모가, 운 좋게도 내가 조금 닮은 그녀가
그 사람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랐다.
퇴근하고 들어와 세수를 하고 화장대 앞에 서서
이모와 조금 닮은 얼굴을 거울로 마주보며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엄마가 내일 저녁 때 이모가 사는 익산으로 가서 모레나 돼야 돌아오신단다.
왜?
이모부가 돌아가셨어.
엄마가 처음으로 그 아저씨를 이모부라고 불렀다.
경자 이모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모 얼굴이 궁금하다.
그리고 또 궁금하다.
그렇게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살 수 있었던 것이 행복이었을까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게밖에 같이 살 수 없었던 것이 불행이었을까.
다시 거울을 보면
사실 나는 이모랑 하나도 닮지 않았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