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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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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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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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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o list를 앞에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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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
완벽주의자는 전체 시를 망칠 때까지 한 줄의 싯구를 고치고 또 고친다.
완벽주의자는 종이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초상화의 턱선을 고치고 또 고친다.
완벽주의자는 시나리오의 첫 장을 고치느라고 다음 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는 관객의 눈치를 보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일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결과를 저울질한다.
그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줄리아 카메론의 <아주 특별한 즐거움>중에서
나는 아침마다 업무수첩을 펼쳐놓고 to do list를 작성한다.
지난 2주 동안 유달리 회의가 많아 하루 평균 4~5건을 치러냈고
그 결과물은 to do list에 쌓여갔다.
아무것도 끝을 맺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새로운 숙제들.
완벽주의는 때론 유능함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어쩌면 무능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실은 그놈의 to do list를 아침마다 새로 써내려갈 필요도 없으며
혼자서 list만 쌓아갈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손을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는 새 노트를 사놓고는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첫장을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
그러다가 결국 마음에 안 드는 헌 노트로 전락시키곤 했던
학생 때의 기억이 삐져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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