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쓴사람 :
|
박혜림 |
|
|
쓴내용 :
|
2004년 1월, 새마음 |
|
|
|
|
|
*
동쪽으로 3,40분 정도 걸었다.
나 스스로 동쪽, 서쪽이라는 방위를 짚게 될 줄이야.
10여 분을 걸은 후 햇님이 시키는대로 겉옷을 벗었다.
청도는 봄날씨다.
인도도 차도도 심히 한적하길래 8차선 도로를 괜히 무단횡단으로 오가며 걸었다.
걸을 때 가장 생각이 잘 돌아간다.
명상의 시간이었다.
*
나는 축구는 싫어하지만 지난 월드컵 때 신문 한귀퉁이에 실렸던 호나우두의 이 말만은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직 읽지 못한 <해변의 카프카>에 관한 어느 글에서
하루키가 날마다 새벽 4시에 깨어나 6개월간 3천600매를 썼다고 하는 부분을 보고 호나우두가 떠올랐다.
나는 오늘 학생의 전화 때문에 8시에 깼다가 다시 잠들어 10시에 일어났다.
*
<범죄의 재구성>은 내일 점심 때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마지막 촬영을 나간다고 한다.
70회가 넘는 촬영이었다고 했다.
수고했다고,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말해주었으나 그 말만으로는 내 뜻을 다 전해줄 수 없었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몇 번 읽어주고 코멘트해준 것만으로도 어쩐지 나는 이 영화가 내 영화같다.
*
위의 그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아니, 내가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었던가!
라고 말이다.
나 역시 서울을 떠남으로써 나 자신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듯하다.
쪽팔려서 말을 못하겠다.
*
김훈의 단편이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어느새 김훈은 '잘 팔리는 작가'가 되었나 보다.
읽고 싶다.
꾹 참았다가 읽으면, 물론 꾹 참을 수밖에 없지만, 더 좋을 것이다.
*
서울에 다녀오고 한스를 만나고 춘절을 보내고 하느라 분주했던 나머지
28일 오늘에서야 나는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볼 수 있었다.
반성은 냉혹하게, 꿈은 야무지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