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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조가 생일선물을 신청했다.
좋은 단편소설을 하나 골라 내 목소리로 낭독한 mp3 파일.
전화를 끊고 보니 참 좋은 생각이고 (역시 민조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한다), 못해줄 이유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해주고 싶은 선물이기에 mp3플레이어를 꺼내 녹음 상태로 놓고 책을 한번 읽어보았다. 좔좔좔....좔좔좔....
아, 그러나 잡음은 둘째치고... 내 목소리는 왜 이리 걸걸하며 책읽기는 왜 이리 숨이 찬가. 요새 심심찮게 한국의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전화를 걸고 있는데, 아무도 한방에 나를 나로 알아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상당히 변한듯한 이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이 상태로 녹음을 해봤댔자 민조를 행복하게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승우의 알퐁스 도데 오디오북을 듣고 다니는 민조가 조승우 대신 박혜림을 듣게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도 조승우를 좋아하지만 민조가 나 대신 조승우를 택하는 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노산녹차를 한주전자 우려내 목을 축여가며 책읽기 연습을 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걸걸하고, 숨은 여전히 가쁘다. 결정적으로 여기는 좋은 단편소설이 없다. 그래도 민조야, 나 지금 생일선물 준비중이다. 혹시 걸걸한 목소리가 들숨 날숨을 씩씩 내뿜으며 <표준한국어 1>이나 <301구로 끝내는 중국어회화>를 읽고 있는 잡음 가득한 파일이 날아갈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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