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눈에 보인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창문을 열지 않아도 봄이 보인다. 여긴 가을에 나뭇잎이 우수수 몸을 던지지도 않거니와, 봄에도 작은 꽃들이 와르르 터져나오는 아찔한 풍경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눈길 닿는 곳마다 봄이다.
눈 뜨자마자 창밖의 하늘을 보기 위해 침대에서 거꾸로 잔다. 햇빛이 좋길래 세수도 하기 전에 이불보부터 벗겨 세탁기를 돌렸다. 나는 집안일 중에서 빨래가 제일 좋다.
새벽 1시에 라면을 끓여먹고 곧장 자도 붓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침마다 퉁퉁 부어서 깨어난다. 깜빡하고 반지를 끼고 잔 날은 아침에 세수할 때 반지 빼는 게 일이다. 부었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다보면 얼굴이 커진다고 들었다. 한때 얼굴 작다 소리도 들었던 몸인데. 무슨 짓을 해야 안 부을까? 민간요법 검색중이다. 경험자의 조언도 부탁한다.
민조가 평소대로 식사를 하되 양을 절반만 먹는 다이어트를 한다길래 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아침은 죽과 요우티아오를 먹으니 예외인데, 오늘 점심엔 하필이면 볶음면을 먹게 되었다. 절반 아니라 반의 반만 먹어도 치명적인 메뉴였다. 입가가 번질번질해지는 그 느낌. 하루종일 온몸의 기름을 꽉 짜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처럼 기름진 중국요리를 안 질리고 잘 먹는 한국인도 흔치 않을 것이다. 돌아가서 음식만 바뀌어도 저절로 체중이 회복되지 않을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슴 속에서 여전히 어떤 마음이 퐁퐁 솟아나오긴 하되 그것이 소비되지는 않아 날로날로 무겁고 벅차다.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주고 가벼워지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 는 말이냐고 물으면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말로는 어쩐지 설명이 덜 된 것 같다. 뭘까, 정말정말 연애하고 싶다 - 는 뜻일까.
봄빛 속을 최대한 가볍게, 사뿐사뿐 걸으며 이런 바램을 가져본다. 날씨가 풀려서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그렇게 점점 가벼워졌으면 좋겠다고.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