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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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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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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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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다친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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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마음 관리를 하느라 운동을 좀 했다. 코치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냐’고 물어볼 정도로 성실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렇게 죽도록 열심히 했는가 하면, 물론 아니다. 귀신을 쫓으려고 폭죽을 터뜨리는 중국인들처럼, 마음 속의 귀신을 쫓으려고 땀구멍이나 퐁퐁 터뜨린 정도다. 그런데 왼쪽 발목에 탈이 나버렸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통증이 오더니 나의 트레이드 마크인 씩씩한 걸음걸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낮에는 씩씩해지기 어려웠고 밤에는 아예 걷지도 못했다. 저절로 나을 거라 생각하고 며칠을 보냈는데, 어젯밤에 침대에서 전화기까지 5미터쯤 되는 거리를 걷지 못해 전화벨이 끊어져버리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아침 일찍, 그간 쳐다도 안 보던 교포사회의 몇몇 분들께 전화로 한의원을 수소문하여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중국교포인 의사가 다리를 벗겨 한참을 만져보더니 이건 다친 지 오래된 것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맞다. 다친 지 오래되었다.
학보사에 있었던 93년, 5.18을 맞아 광주에 참배하는 행렬을 따라 망월동에 갔는데 거기서 짧지 않은 거리를 걷고 뛰고 그러다가 지금 아픈 바로 그 다리 바로 그 자리를 삐었던 적이 있다. 그때도 저절로 나을 줄 알고 내버려뒀다가 한달이 넘도록 다리를 절뚝거린 후 용하다는 한의원을 수도 없이 찾아다닌 끝에 시커먼 어혈을 잔뜩 뽑아내고 겨우 회복되었던 적이 있다. 오늘 만난 의사 말로는 그때 완전히 치료하지 못해 인대와 핏줄이 잘못돼 버렸다고 한다.
무지 아픈 침을 맞고, 난생 처음 부황이라는 것도 떴다. 아프면서 시원했다. 사실 나는 은근한 통증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주사 맞는 거 좋아하고, 헌혈하면 짜릿하고...
부황을 붙이고 엎드린 채로 12년 전에 다친 자리를 이제야 치료하는구나 생각했다. 그 정도의 부상이 저절로 낫지 않은 채 그 상태 그대로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12년이나 지나서 재발하는 것이 신기했다.
근데 왜 그러는지, 치료비를 안 받으신다. 그래도 돈을 내보려고 한참을 뭉갰는데 그냥 가라고 하고 들어가버리셨다. 아마도 침 놓는 바늘, 부황기 이 두 가지만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집은 원래 한약을 파는 집인데 나는 아무 재료도 가져가거나 없애지 않은 거다. 눈에 보이는 물건 말고, 몸으로 하는 노동은 돈을 안 매긴다는 느낌... 충격 속에서 절뚝절뚝 걸어나왔다.
12년 된 상처를 확인한 것도 좋고, 돈 매기는 방식의 차이를 발견한 것도 좋은데, 한두 시간 지나면 풀릴 거라던 다리는 나을 줄을 모른다. 계속 아프면 모레 다시 오라고 했는데, 돈을 안 받으시니 다시 가기도 뭣하잖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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