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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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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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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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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국서의 머리카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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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국서를 세 학기째 가르치고 있다. 2년제 학급의 성실한 학생 마국서는 그 세 학기 동안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번인가 수업에 꽤나 늦게 들어온 적도 있다. 마국서의 경우 이 엄청난 지각 또한 성실함의 증거였다. 보통 뭔가 사정이 있어 그렇게 늦어져버리면 아예 그 수업을 안 들어온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마국서는 늦게라도 꼭 들어와 남아 있는 짧은 시간을 챙겨들었다. 왜 늦었냐고 물어보면 점심시간에 한국 학생에게 중국어 과외를 하는데 늦게 끝나서, 혹은 버스가 안 와서 늦었다고 대답 했다.
내가 이 학급을 가르친 것은 1학년 두 번째 학기부터 지금 졸업학기까지다. 여학생들은 이 시기에 많이 변한다. 한마디로 예뻐지고 고와진다. 마국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더벅머리였으나(중국 여학생들의 더벅머리는 말 그대로 더벅머리다.) 언제부터인가 길게 길러 검은 머리를 윤기나게 빗어 묶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 밤시간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이따금 키 큰 남학생과 어색한 거리를 유지하며 밤산책을 하는 마국서와 마주치기도 했다. 나는 마국서의 머리카락이 연애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동절 연휴 후 마국서가 다시 더벅머리가 되어 나타났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고 싶은 그런 머리였고, 그래서 묻지 못했다.
오늘은 수업시간에 말하기를 하는 날이었다. 한명씩 교단 앞에 나가 자유롭게 3분 말하기를 하는 것인데 마국서의 차례가 되었을 때 머리를 자른 사연을 듣게 되었다. 마국서의 원고다;
매일 너무 바빠서 집에 갈 시간도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아주 그리워했지만 나는 항상 집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추석날이나 설날에 안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화가 나셔서 나를 영원히 떠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슬픈지 모릅니다. 그는 이전에 나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관심을 기울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나 농담을 말해주었습니다. 지금 그는 저기에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습니다. 그 모습이 내 마음을 부수었습니다. 마음 속에 말했습니다. 아빠 돌아오세요, 눈을 뜨세요. 아무리 외쳤지만 그는 잠을 자듯 그냥 눈을 감았습니다. 울어서 눈물이 마르고 목소리가 나지 못하고 코에서 피가 나왔지만 아버지가 아직 눈을 뜰 수 없습니다. 아버지, 화나지 마세요. 돌아오세요!
나는 아버지가 병에 걸린 후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내 머리처럼 아버지가 장수하기를 빌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가 세상에 떠나서 나는 머리를 깎아 그것을 그의 무덤 옆에 묻었습니다. 이전에 학비를 준비하려고 돈을 벌어서 너무 바빠 집에 가지 못하고 아버지를 모시지 못했습니다. 나는 지금 아주 후회됩니다. 머리로 그와 같이 동반합니다.
마국서는 한국어 실력이 꽤나 좋은 편이다. 2년제 전문대 학급이라 이 반은 학생수도 많고, 우열반으로 분반 수업을 하고 싶을만큼 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 사이의 차이가 크다. 마국서가 한국어로 이런 말을 하는 동안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앞자리의 학생들은 숙연해졌고, 알아들을 수 없는 학생들은 뒷자리에 무리지어 앉아 소리 죽여 떠드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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