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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뉴엘르는 프랑스 사람이다. 지난 학기부터 나와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작년 성탄절에 시정부에서 주최한 만찬에 함께 초대받아 가는 길에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녀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선생 같았다. 옷은 언제나 검은색 아니면 빨간색이고 끝이 뾰족한 부츠를 신고 다닌다. 몸은 작고 꼿꼿하다. 그녀는 영양학을 공부했고, 중국에 오기 전에 6년 동안 프랑스에서 중국어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어를 꽤 잘한다. 여기서 중국학생들에게 불어를 가르치면서, 중의학과 중국음식에 관한 책을 불어로 번역해 프랑스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엠마뉴엘르가 나에게 ‘너는 선생 아니고 학생이지?’라고 물어주어서 나는 오랜만에 Merci!라는 불어를 사용해볼 수 있었다.
엠마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영양사가 만들어주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선물로 포도주를 사들고 갔는데, 보르도 지방 출신이라는 그녀가 내가 고른 포도주에 만족스러워할지 좀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녀는 무척 젊어보이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 속에는 스물두살짜리 딸도 있고, 그녀와 이혼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재혼하여 낳은 아들도 있었다.
프랑스의 가정식은 소박하고 풍성했다. 그리고 내 모국의 요리는 아니지만 집에서 음식 만들어먹는 데 익숙한 사람의 손길이 느껴져서 먹기 편했다. 다만 정해진 순서대로 내 접시 위에 놓이는 음식을 다 먹어야 하는 것이 좀 버거웠다. 엠마도 그걸 아는지 한국요리와 중국요리는 먹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포도주 두 병을 비웠고, 며칠 전 프랑스에서 소포로 보내왔다는 감동적으로 맛있는 치즈를 맛보았고, 흥겹게 수다를 떨었다. 엠마가 ‘나 취했나 봐’라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혀가 꼬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프랑스사람과 한국사람이 서툰 중국어로 말하면서 놀았는데 이렇게 맘이 편하다니, 엠마를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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