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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위해에서 간단한 빵조각으로 요기를 한 후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20여분을 달려 청도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려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들 중 하나를 골라탔더니 기사가 가격을 정하고 가겠느냐 미터기로 가겠느냐 - 묻는다.
당연히 미터기로 가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요금이 대략 얼마쯤 나오는데? 라고 물었더니 싸게 해주면 30,40원 정도란다.
이 나쁜 놈. 말도 안 돼. 시내에서 터미널까지 올 때 13원에 왔단 말이야.
화가 나서 택시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허다하다.
틈만 나면 속이려고 드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중국을 무시하게 되고 싫어하게 된다.
금요일에 터미널에서 위해로 가는 티켓을 끊을 때에도 창구에 서서 요금과 가격과 시간을 묻고 있는데 등 뒤에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줄을 무시한 채 큰소리로 목적지를 말하고 돈을 던져(정말로 던졌다) 표를 끊어갔다.
'제가 먼저 왔어요'라는 말은 하나마나다.
황당하게도 매표원은 사람들이 줄을 어떻게 서있건 목소리 큰 놈의 표를 먼저 끊어준다.
내가 3,40원짜리 택시를 타지 않은 것은 돈이 부담스러워서라기보다는 그놈들에게 속아주기가 싫어서였다.
짐이 가볍지도 않은데 그걸 들고 터미널에서 대략 5분쯤을 걸어가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탔다.
아침에 추운 방안에서 억지로 먹은 빵조각 때문인지 갈비뼈 사이에서 경련이 일고 있었고, 택시 안에서 그 고통이 점점 심해져갔다.
간신히 집에 돌아와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물건의 전원을 켜고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조금 괜찮아지는 듯해서 목욕을 갔다.
대중목욕탕은 건강할 때에도 숨 막히고 지치는 곳인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지 내 몸 하나 씻는 것이 버거워 죽을 지경이었다.
대충 씻고 까르푸에 가서 가습기와 장만옥 영화세트를 샀다.
장만옥 영화세트는 가격표에 39.9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바코드를 찍자 48원으로 나온다.
원래 가격이 얼마예요? 라고 묻자 원래 가격은 39.9원이란다.
그래서 39.9원을 내려고 했더니 판매원이 여기 카운터에서 48원을 내고 저기 고객센터에 가서 차액을 돌려받으란다.
며칠 전의 악몽도 떠오르고 오전의 택시건도 떠오르고 해서 눈을 부라리며, 이 자리에서 니가 해결해! 라고 소리쳤다. (나도 이런 게 되는구나..!)
그러자 약 1초간 망설이던 판매원이 39.9원에 계산을 해주고 영수증을 들고 자기가 고객센터로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한번 째려본 후 물건을 들고 까르푸를 나왔다. 그나마 까르푸는 외국자본이라 서비스가 좋은 편인데도 이 모양이다. 어디 손님보고 잘못된 가격의 차액을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는 건지.
집에 돌아오자 머리가 띵하고 땅이 흔들린다.
그리고 얼굴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있는 코에서는 끝도 없이 콧물이 쏟아진다. 내 몸 안에서 정녕 이 많은 액체가 흘러나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약을 먹고 내내 자다가 아침에야 깨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또 다시 땅이 흔들린다.
간신히 8시 수업에 들어갔는데 아이들 얼굴이 흔들리고 목소리가 안 나왔다. 2시간 수업중 1시간만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시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는데 예쁘고 귀엽고 공부 열심히 하는, 언제나 맨앞줄에 앉는 여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 선샌니임~(중국애들은 선생님 발음을 잘 못한다). 많이 아파요? 잘 쉬어야 해요. 우리들이 얘기했는데, 오후 수업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선샌니임. 더 쉬어도 좋아지지 않으면 수업은 하지 말아요. 제가 다른 학생들에게 전하겠어요.
왜 이쁜 애들은 이렇게 이쁜 짓만 할까...
전기 장판 위에서 몸을 지지다가 오후 수업을 휴강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말도 제대로 안 나오니까.
그래서 그 이쁜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 두어 번 더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약국에 가서 약을 산 후 다시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통화가 되었다.
-선샌니임. 미안해요. 아까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들이 이번에 졸업을 해서 졸업앨범을 신청하는데 줄이 길었어요.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요. 선샌니임 저가 많이 초조해요. 선샌니임 혼자 사시는데 아파요...
역시 전화 외국어는 쉽지 않은 것 같다. 혼자서 급하게 많은 말을 쏟아내는 이쁜이를 진정시킨 후 나의 뜻을 전하고 밥을 챙겨 먹고 약을 먹었다.
꿀을 그냥 퍼먹으면 속이 따뜻해져서 감기에 좋다길래 맛사지 하려고 사놓은 꿀을 서너 숟가락 퍼먹었고, 물을 많이 마시면 감기에 좋다길래 줄창 더운 물을 홀짝대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를 쓰고 나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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