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겼다.
동갑이다.
처음 청도에 왔을 때, 처음이라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중국 사람들은 너무해, 사람이 새로 왔는데 들여다보지를 않아...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대신 해주시며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설탕 소금 간장 깨소금, 숟가락 젓가락 국자 등등의 살림살이를 챙겨다주셨던
엄마같은 선생님
김실 선생님과 며칠 전 유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테이블에서 밥을 먹던 여학생이 선생님께 아는 척을 해왔다.
그래서 합석을 했는데
나랑 동갑이란다.
회사를 그만두고 올 봄에 흑룡강대학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거기서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부터 해양대로 옮겨와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점심을 먹은 후 김실선생님과 동갑내기를 우리집에 데려와 커피를 타주었고
동갑내기는 돌아가면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내 전화번호를 가져갔다.
희금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동갑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단지 동갑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담쌓고 살던 한국인 유학생과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일부러 약속시간을 맞춰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희금이의 여동생이 휴가를 얻어 청도에 놀러왔다.
공부만 하느라 5.4광장 말고는 가본 데가 없다는 희금이의 SOS 요청으로
희금이의 동생을 데리고 돌아다녔다.
덕분에 어디 가면 중국 여성 전통의상 치파오를 18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맞출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청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천음식점에 가서 요리를 먹었다.
희금아, 라고 부르고
혜림아, 라고 불리는 것이
처음으로 그렇게 이름만 부르는 관계가 생긴 것이 든든하기까지 하다.
너무 외로웠던 것일까?
교육받을 때,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들을 했었는데...
내일은 북경에서 KOICA 소장님이 오시는 날이다.
종강하고 남는 시간에 혹은 겨울방학에 잠시 한국에 다녀와도 되는지 찔러볼 생각.
안 된다고 하면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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