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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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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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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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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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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2학년 학생들과 약속이 있었다.
감기약을 먹고 잠이들었다가 약속시간이 임박해 정신없이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섰는데
문을 쾅- 닫는 순간, 깨달았다. 열쇠를 두고 나온 것을.
내가 사는 집은 밖에서 열쇠로 잠그지 않아도 저절로 잠기는 문이다.
닫으면 잠긴다.
금요일 저녁이었고 이미 밖은 캄캄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머리도 멍해져버렸는지 잠시 멍청히 서있어야 했다.
어쩌지?
약속장소인 도서관 앞으로 달려가 아이들에게 대충 설명을 했는데
아직 2학년이라 학생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고 나는 중국말을 잘 못해서 한참 애를 먹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다른 선생님들 댁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모두 다 같은 학교 울타리 안에 살아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으나
금요일 저녁시간인지라 모두들 집에 안 계셨다.
지갑도 없고, 전화카드도 없고, 날씨는 우라지게 춥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교환교수로 오신 선생님 댁에 찾아갔다.
역시 중국어가 잘 안 되시는지라 도와주시지는 못하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식탁을 차리시는데
밥 먹을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 선생님에게는 내가 가르치는 4학년 학생 미미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미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 으....
정말로 오늘밤은 호텔에 가서 자야 하는 것인가. 돈도 없는데.
선생님 댁에 멍청히 앉아있는데 미미가 핸드폰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왔다.
착한 것...
미미를 만나 사정설명을 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있으면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야 한단다.
미미가 110을 누르며, 선생님. 저 경찰서에 전화해보는 거 처음이에요, 라며 재미있어했다.
경찰서에서는 열쇠전문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20분쯤 후 전문가가 찾아왔다.
나는 그들이 열쇠를 완전히 뜯어내고 새것으로 바꿔줄 줄 알았다.
한국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 별볼일 없는 쇠꼬챙이 두 개를 들고 열쇠구멍을 조심스럽게 쑤셔대고 있었다.
미미랑 나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 모습을 숙연하게 지켜보았다. 정말로 숙연한 광경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열쇠구멍 속을 찔러보더니 주머니에서 얇디 얇은 비닐끈을 꺼내 열쇠 구멍 속에 꽉꽉 밀어넣었다. 열쇠구멍 속을 꽉 채우는 모양이었다. 열쇠구멍이 비닐로 꽉 차자 가운데에 가느다란 꼬챙이를 꽂고 돌렸다.
그러자 열쇠로 문을 열듯이 열려버렸다.
경찰서에서 보낸 사람들인지라 내가 이 집 주인이 맞는지, 신원 확인을 꽤나 까다롭게 했다.
이들에게 100원을 지불하고 미미에게는 차 한잔을 대접했다. 그리고 속담도 하나 가르쳐주었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하는 거란다 -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휴.. 이젠 열쇠 잘 챙겨들고 다녀야지.
그나저나 그 열쇠전문가들은 맘만 먹으면 쇠꼬챙이 두 개와 비닐끈만으로 문이란 문은 다 열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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